먹이활동 탄소 저장고 숲 지켜내
코끼리 한 마리 숲 탄소 흡수력 100만㎡
둥근귀코끼리 개체 수 약 80% 사라져
보르네오 아시아코끼리 '멸종위기' 단계
농축산, 벌채, 도로, 운하 등 건설 때문
동식물종 국제 거래 관한 협약(CITES)
불법 상아 거래 추적 밀렵 대응 강화
숲의 거인 '코끼리'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1200만 마리에 달하던 코끼리는 현재 40만 마리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8월 12일은 '세계 코끼리의 날(World Elephant Day)'로, 멸종 위기에 처한 코끼리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됐다.
전 세계에 아시아코끼리, 사바나코끼리, 둥근귀코끼리 등 총 3종의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다. 코끼리는 다른 동물에 비해 높은 지능으로 집단 생활을 하는 숲과 초원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복원하는 '생태계 공학자(Ecosystem Engineer)'역할을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서식지 파괴와 불법 상아 밀렵으로 인해 코끼리의 개체 수는 급감하고 있다.
이미 위험 신호가 임박할 정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을 보면, 모든 종이 위기종으로 등재돼 있고, WWF의 '지구생명보고서' 역시 아프리카 둥근귀코끼리는 2004~14년 사이 개체 수가 약 80% 자취를 감췄다.
현재 '위급(CR)' 단계로 분류된다. 보르네오 아시아코끼리는 지난 75년간 광범위한 벌목으로 서식지가 파괴의 후유증은 코끼리들에게 치명상을 줬다.
현재 약 1000마리 정도 뿐 추정돼 '멸종위기(EN)' 단계로 라스트 명단으로 이름을 올린 상태다.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이들은 농업, 축산업 확장을 위한 삼림 벌채, 그리고 도로, 운하, 울타리 등 인프라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이로 인해 서식지가 조각나고 코끼리의 이동 경로가 막히면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인간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WWF는 정부, 지역사회 등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보호구역 확대, 서식지 모니터링, 반밀렵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앙골라, 보츠나와, 나미비아, 잠비아, 짐바브웨 등 5개국에 걸친 최대 자연보전지역인 '카방고-잠베지 통합보전지구(Kavango-Zambezi trans-frontier conservation area, KAZA)'는 코끼리 보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반밀렵 기술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MIKE 프로그램(Monitoring the Illegal Killing of Elephants)을 통해 불법 상아 거래 추적과 밀렵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1989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이 코끼리 상아의 국제 거래를 금지한 이후 밀렵은 한동안 줄어드는 듯했으나, 2010년경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홍콩, 태국, 미국, 영국 등에서 상아 수요가 늘면서 밀렵이 다시 활발해졌다. 2018년 중국이 자국 내 상아 거래를 금지하면서 중국 내 소비자 수요가 줄고 상아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안타깝게도 밀렵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코끼리는 숲의 건강성과 기후 안정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다. 하루 약 150kg 이상의 식물을 섭취하며 풀과 나무를 뜯고, 잎과 가지를 벗겨내는 먹이활동은 식물 밀도를 낮추고 대형 나무의 성장을 촉진한다.
코끼리는 열매를 먹고 씨앗을 배설물과 함께 넓은 지역에 퍼뜨리며, 숲의 재생을 돕는 '씨앗 배달부' 역할도 수행한다. 일부 단단한 씨앗은 소화 과정을 거치며 발아율이 높아지고, 탄소 흡수력이 높은 대형 수종의 확산에 기여한다.
이러한 대형 나무는 탄소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코끼리의 활동은 숲의 탄소 포집 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 한 마리는 숲의 탄소 흡수력을 약 250에이커(100만㎡)까지 높일 수 있다. 연간 약 2000대 차량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는 수준이다.
특히 열대림과 같은 고탄소 저장 생태계에서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코끼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숲의 균형이 무너지고, 탄소 흡수 및 산림 재생 능력이 약화되며, 기후위기 대응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의미다.
코끼리 보호는 단순한 종 보전을 넘어, 지구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해법이다.

코끼리는 모계 중심의 가족 단위로 무리를 이루며 살아간다. 한 마리의 새끼 코끼리는 약 22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태어나며, 이후 어미와 함께하는 암컷 무리 구성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다. 암컷 새끼는 평생 모친 무리와 함께 머물 수 있지만, 수컷은 일정 나이가 되면 무리를 떠난다.
코끼리는 인간과 유사하게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등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코끼리 무리 안에서는 놀이, 보호, 협력은 물론 애도와 같은 사회적 행동도 관찰된다.
새끼가 죽었을 때, 무리 구성원들이 시신 곁에 머무는 행동은 '장례 의식'과 유사하다고 여겨지며, 감정과 공감 능력을 가진 고등 동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WWF는 전 세계 파트너와 함께 코끼리 서식지를 보전하고 불법 거래를 차단하며, 사람과 코끼리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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