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부, 국회, 공기업 생수배달 물만 마시는 건 큰 문제
한해 폐기된 생수병 1천만개, 자원낭비 등 사회적 비용 수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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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돗물시민네트워크 제공 © 환경데일리 |
대통령은 수돗물을 마실까. 정부 부처 국무위원, 국회의원, 대기업 총수, 공기업 기관장들은 수돗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매우 궁금하다.
수돗물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 부처가 집결돼 있는 세종시 정부청사, 환경부, 국토부, 산업부 등 모든 부처에 공무원들은 수돗물을 일체 마시지 않는다. 각 부서별에 배달되는 생수통들이 서너개씩을 기본적으로 쌓아두고 마신다.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답변은 한결같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탓, 수돗물은 왠지 찝찝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하지만 공공건물, 다중이용시설을 신축할 때부터 의무적으로 수돗물 음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도록 하면 수돗물을 마시지 않을까 하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들을 상대로 한 번도 수돗물 불신 해소 방안과 그에 따른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제안 등은 없었다. 지금까지 수돗물 정책의 기본이 생수업계, 정수기 업계의 코드에 맞춰져 있었다.
지자체 마찬가지다. 서울시청이나, 경기도청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에는 생수통만 하루도 수십여개가 배달된다.수돗물은 허드렛일을 하는 용도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점심시간이후 양치질할 때 생수통에서 물을 받아 양치질을 한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전국 특광역지자체 수돗물음용 현황실태 발표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이필구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이 "국민세금으로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면서 정작 앞장서서 마셔야 할 국회, 중앙행정청사, 사법기관 등 사람들은 전혀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청사 내 수돗물 음수대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공무원들이 먼저 수돗물을 음용하지 않는 증거"라며 인식개선 활동을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부처가 이런 상황인데, 공기업 등은 두말 나위가 필요없다. 정수기 시장은 매년 팽창해 이제는 렌탈사업까지 뛰어 들어 수돗물은 마시면 안된다는 식으로 광고 선전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어떠한 규제도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공주대 수질분야 교수는 충격적인 자료를 내놨다. 일반 시중에 판매하는 패트병에 담긴 생수물은 담는 순간 변질이 돼 원래 물성질이 죽고 대신 패트병에서 나오는 화학물질과 함께 마시게 된다고 밝혔다.
2014년 기준 한해 생수 판매시장은 매년 5% 이상 증가했다. 자판기에서 까지 생수를 파는 것은 당연시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물생산비와 공급비용이 아직도 저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부족국가인 대한민국,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확대하는 교묘한 상술까지 더해 정부와 지자체는 비싼 수돗물을 생산 공급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않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다.
올 7월말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단체가 나서 수돗물에 탄산 주입해 시원한 스파쿨링 맛을 내는 수돗물을 나눠졌다. 반응은 좋았다. 수돗물을 이용한 팥빙수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역시 반응은 폭발적이였다. 수돗물과 생수물의 물맛 차이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수돗물은 안전하고 물맛이 좋은 물이라고 억지로 홍보하는 것으로 추락했다. 수돗물 쓰임새가 겨우 설거지물, 세숫물, 샤위할 때, 화분에 물주는 용도로 허드렛 용도로 쓰는 물로 인식됐다.
수돗물의 불신시대, 누구 어떻게 수돗물을 최하급 물로 깎아내렸을까.
그 첫 번째 책임자는 정부와 지자체다. 이미 밝혀진 것처럼 수도꼭지를 틀어 수돗물을 마시는 국민들은 전체 1%에 불과하다. 어디가도, 수돗물에 대한 쓰는 용도는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내몰렸다. 수돗물 음용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수돗물이 민관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지 않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1980년대 서울올림픽 때 해외 선수단이 자국의 물을 들어오면서 생수시장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뿌리를 내렸다. 불과 27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대한민국 지하수에 눈을 돌려 봉이 김선달을 자처하고 있다.
가정집, 식당, 거리에서 흔하게 인스턴트화된 생수가 물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덩달아 정수기 시장까지 집집마다 하나둘 놓고 사용하면서 그야말로 사먹는 생수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급팽창했다.
국민들을 기만한 교묘한 상술에 국민들은 속아 넘어간 셈이다. 10년사이에 외국 물이 좋다는 마케팅에 넘어가 해외생수까지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속칭 농수축산업계는 우리 것 신토불이 외치면서, 정작 먹어야 할 수돗물에 대해서는 반감기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바로 편리함과 수돗물에 대한 불신 이 두가지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대기업까지 합세하면서 수돗물은 먹으면 안되는 물로 묵인해왔다.
국민들에게 수돗물은 천덕꾸러기용으로 먹으면 안되는 물에 대해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수돗물시민네트워크 이사장)은 "수돗물 기피는 가정에서의 불필요한 경제적 지출 증가, 생수와 정수기 사용에 따른 에너지 낭비와 폐비닐병 등 환경오염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불량 생수와 정수기 오용으로 인해 오히려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수돗물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의 왜곡은 정부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생수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충격적인 한 사례도 있었다. 몇 년전 충북도 한 군소재지에서 대기업이 수원지로 택한 생수공장에서 어느날 지하수에서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 업체는 꼼수를 부려, 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펌핑 해 생수병에 담아 시중에 판매한 마을 주민 증언도 있었다.
이처럼 물장사는 땅짚고 헤엄치기식이다. 이미 전국의 지하수가 잘 나오는 것에는 크고 작은 생수 업체들이 즐비하다. 이미 지하수 개발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지하수를 더욱 오염시키고, 농삿물에 쓸 농업용수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농업용수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물부족 국가가 맞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서지역에는 매년 식수때문에 힘든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고 말했다.
담수화, 전국 댐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측은 "올해 사상 최대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은 강원 영동지역에서 물해결책을 찾는데 묘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물부족으로 인해 폐기물 발생이 증가하고, 에너지와 자원의 낭비가 만성화되며 위생 관리에도 허점이 생기는 등 먹는 물 정책 전반에 걸쳐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기존의 수도 정책이 공급자인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돗물을 위한 시민운동을 펴고 있는 수돗물 시민네트워크의 탄생도 씁쓸하기 마찬가지다. 이들 외침은 시민 생활의 기본인 수돗물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공성, 환경보전, 사회의 발전 밑거름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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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수돗물시민네트워크측은 정부와 지자체에 ▲수돗물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제공 ▲소비자 참여 확대 수도행정 시민 친화적으로 이끌기 ▲수돗물 관련 기관 협력 촉진 효율과 안전성 높이 등의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사회가 합의하는 수도 정책의 방향이 수립되도록 하며, 수도 행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도록 감시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수돗물은 더 이상 흔한 물이 아니며, 매우 귀중한 국민의 생명수라고 지나친 생수 정수기에 집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듭 주장을 폈다.
한해 폐기물로 버려진 생수병은 1000만개 넘는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 생산자부담금을 앞세워 다시 재활용하고 있다. 생수병 하나를 사면 세금포함, 생수병 만드는 비용까지 합쳐 사먹는 꼴이다. 즉 시민 한 사람이 1리터 생수병을 사면 그 안에 폐트병 처리비용, 물공급 업체 생산비용, 물류비용까지 지불한 셈이다.
국토부, 산업부에 맥못추면서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쏟아지는 폐트병을 재활용한다고 국민 세금으로 공제조합까지 만들어 자신들의 자리까지 만들어 억대 연봉 일자리까지 창출했다. 병주고 약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거급 주장한다. 수돗물을 불신하도록 조장하고, 직무유기하고 생수 정수업계의 대변 노릇을 해온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들은 책임을 면할 길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알아야 한다. 정수기, 먹는 샘물 구매 등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년간 2조 2500억원에 달한다. 500mL 기준 먹는 샘물은 수돗물에 비해 1000배의 온실가스를 뿜어낸다.
마시기 좋은 물을 만드는 데 연간 15조원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고도 5%만 음용한 대한민국, 이렇게 국가경쟁력을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도 모자라 추가로 연간 2조원의 돈을 더 쓰고도 정수기 물과 생수를 구입해 마시는 실정.
우리보다 앞서 나라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구,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일반 식당, 카페에 가봤다면 느꼈을 것이다. 이들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깨끗한 수돗물을 음용수로 내놓는다. 만약 우리처럼 생수를 원할 경우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
국민소득 3만 달러, 5만 달러 시대 운운하기 앞서, 환경이 모든 산업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라가 선진국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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