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민관 공론화, 정부, 신산업 특별법·로드맵 통해 추진
온실가스 감축목표 놓고 산업부, 환경부 주도권 싸움 벌질 우려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최진경 기자] 국내 전(전기) 판매시장이 15년만에 민간에도 개방의 길이 열리게 된다.
정부가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 판매시장을 민간에도 길을 터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법제화은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신산업 육성 특별법'에 따른 조치다.
전력 판매 민간 개방은 14년전부터 발전분할 이후 꾸준히 논의돼왔다. 그리고 2004년 참여정부의 노사정위원회 권고 수용으로 무기한 유보됐다.
11일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특별법 제정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과 외부 자문단은 이런 내용이 포함된 내부안을 조만간 주무 부처인 산업부 장관에 보고 결제를 거쳐 본격 공론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는 9월부터 전기위원회와 관련부서별로 산·학·연·관과 분야별 컨퍼런스, 공청회 등을 열어 주요이슈를 전력판매 민간사업자 정책방향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내년 3~4월경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에서 보고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에너지정책 관계자는 "전력판매 민간사업 관련 특별법과 내용이 될 청사진 적기 제정·수립에 강한 민관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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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데일리 |
전력판매 민간 개방의 배후에는 또 다른 싸움이 남았다. 환경부와 산업부간의 줄다리기다. 앞서 두 부처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놓고 매우 큰 신경전을 벌려오고 있다. 신기후시대를 이끄는 주무부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싶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과 신산업 창출이란 큰 틀에서 부처별, 부서별 협업이 이뤄져야 목표가 가능하다"며 "신기후시대를 이끄는 우리 부처는 쟁점사안을 놓고 넓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력 민간판매 청사진은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산업 다각화 차원에서 신산업 부문에 들어가 있는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마이크로그리드, 수요자원 거래시장 등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다.
한전 관계자는 '스마트그리드 사업과 밀접한 민간에게 개방은 다양한 민간사업자의 참여 유도와 더불어 전력산업 경쟁력을 키워, 해외 전력시장에도 큰 전환점이 되는 것은 물론 기존 전력시장 제도의 정비가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력시장 민간 개방은 지난해 9월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낡은 제도와 규정', 또는 '진입장벽 규제'로 분류된다.
현 정부에서 검토된 특별법안은 한전 전력계통을 통해 수전한 전력을 단순 재판매하거나 독립계통의 여유 전력 재판매,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자간의 전력융통 및 배전단 판매, 연료전지 사업자의 전력 판매 등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시장 확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전력관련 기업은 물론 해외 에너지관련 기업들도 국내 전력공급 사업에 뛰어 들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된다.
특히,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일정 규모 이상 공용주차장에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되고 충전, 렌탈, 유지보수 등의 다양한 비즈니스를 유인하는 규제완화 방안을 포함돼 기존 지능형전력망법 등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판매시장도 오픈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육성은 시대적인 흐름,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중 하나인 만큼, 자동차 완성차업계들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에 주력하는 시점에서 발빠른 전기차 인프라 구축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전력 시장 민간개방은 자동차산업과 정유산업에까지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유, 가스 업계는 냉랭한 분위기다.
전기차 활성화를 탐탓지 않게 여겨온 이들 업계는 좀더 클린 에너지 산업발전에 공감하지만, 한편으로 온실가스감축 목표 도달에 장애원인을 우리 업계로 보는 시각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내외에 새로운 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전기차, 마이크로그리드, 가상발전소 등 에너지신산업을 집중 육성·지원할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신산업 육성 특별법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환경부 기후변화대응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고 신산업으로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군을 선제적으로 육성해 신기후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국부창출의 기회"라면 "다만 우리(환경부)가 온실가스 감축 주무부처로써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전력 민간 판매 전면 확대는 새로운 진입규제 완화로 국내 기업에게도 크게 바람직한 특별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신산업 특별법 제정을 결정한 뒤 에너지·환경 관련법 관련, 산업부 문재도 2차관 산하 에너지신산업정책단이 사무국 역할을 맡아 에너지신산업협의회 소속 산·학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잠정으로 내놓은 로드맵 신산업 대상은 전기차 충전, 배터리리스사업, 마이크로그리드사업, 수요관리형 가상발전소(VPP)사업, 압전발전업, 발전소 온배수열, LNG냉열활용사업, 그린히트프로젝트, 효율부문에선 폐압력 활용사업,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등이다.
한국가스공사나 한전 발전 5개 자회사가 LNG냉열이나 폐압, 발전소 온배수열을 활용해 관련 신산업을 자체 추진하거나 외부 민간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기존 가스 에너지 업계들도 병합으로 전력 민간 판매 사업에도 참여할 기회가 넓어지게 된다. 즉, 기존 도로변 주유소에서 가스, 휘발유, 경유는 물론 전기차 충전소까지 통합으로 운영도 가능해보인다.
그러나 회의적인 반응도 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상위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들이 국내 전력민간 판매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특별법이 에너지 모든 산업을 다 아우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좀 더 신중하게 예산낭비가 없도록 산학연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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