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발표 논평
신규원전계획, 동해 석탄발전소 좌초 재현
수도권 송전선 포화, 전력 지방 이전으로
기존 고압교류 송전선로 충돌로 정전 경고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수도권 전력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원인은 퇴행적 전력수급계획때문이다. 이에 시민사회는 전면 수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태양광생산업체 한화큐셀은 지난해말 충북 음성군 태양광공장 폐쇄 발표이후 1월 마이크로스프트사와 미국 사상최대 규모 12GW 태양광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배경에는 정부가 1년이 넘게 감사원 감사, 은행대출금지 등 속칭 전 정부 탓으로 '태양광때리기'로 국내 태양광 시장을 반토막낸 반면, 설치 기사가 부족할 정도로 태양광수요가 치솟고 있는 해외와의 격차는 커져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강화되는 국제 사회에 달리 뒷걸음 치는 분위기다. 최근 변동성 재생에너지에 적응하기 위해 수요측 유연성 확대를 강조하는 CFE 24/7(Carbon Free Energy 24/7)에 '원전으로 무탄소에너지(CFE)'논리는 주장해 '동문서답'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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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했다. 1.5도 상승까지 5년여를 남겨둔 지금 언제보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 이번 실무안은 원전 폭주라고 불릴만한 내용을 담고, 전력수요는 꾸준히 상승하는 등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에 있어 분명한 후퇴 신호라는 주장이다. 심지어 정부는 국정브리핑을 통해 4000억원을 들일 동해바다의 심해석유가스전 탐사시추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6월 3일 광화문광장에서 11차 전기본 실무안 재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수도권으로 송전선 부족 가동률 30%이내 제한 지침(?)
정부는 원전업계 살리기를 위해 국내 제조업 전체의 운명을 맞바꾸겠다는 논리다. 밖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안에서는 송전제약으로 가동도 못할 신규원전계획은 좌초, 자산화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신규원전 2+3기는 국가적 재난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제6차 전기본' 수립 당시에도 수도권 송전제약으로 정상가동 불가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강행처리 결과 현재 가동도 못하고 있는 6기 동해석탄발전 사태 재현, 막대한 손실을 자초하고 있다.
문제는 수도권 송전제약이다. 전력시장 구조개혁, 유가자유화(1997) 수준의 전기요금 자유화를 통한 전력수요의 지방분산, 수요측 유연성 강화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시민사회는 정부는 '11차 계획'을 포함해 무책임한 발전설비계획을 중단하고, OECD국가들처럼 투명한 수요전망을 제시해 민간부문의 투자안내 역할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호소했다.
제22대 국회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신규원전 인허가의 '원스톱샵'수단인 <전기본> 폐지하고, 발전설비 투자책임은 민간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업자 책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탄소중립목표(NDC) 및 이행은 전기본이 아닌 차액계약제도(CfD), 계획입지제도 등 다른 공적수단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원전으로 무탄소에너지(CFE) 논리로, 기업들 해외이전만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원전 '원스톱샵' <전기본> 폐지와 계획입지제도 도입 시급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발표했다. 역시나 우려대로 정부의 '원전지상주의'가 반영돼 정부 출범이후 추진된 신한울 3,4호기에 신규원전 3기를 추가해 총 5기의 신규원전이 반영됐다.
COP28에서 세계가 합의한 '2022년 대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약속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도 반영했지만, 정부가 일괄처리해주는 원전 인허가와 달리 정부의 방치로 인허가 난맥상을 겪고 있는 재생에너지 계획은 원전건설계획의 단역 조연배우 같은 인상이 짙다.
국제적으로 을 주도하는 '클라이밋 그룹'은 지난 10년간 원전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며 에 포함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고 명료하게 밝혀왔다. 또한 구글이 주도하는 은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 확대추세에 데이터센터 등 전력소비시설의 출력 즉 전력수요를 유연하게 조절해 적응한다는 국제적 이니셔티브로 원전과 무관하다.
이 같은 국제추세에서 '원전으로 무탄소에너지(CFE)'를 실현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기업들을 해외로 등떠미는 메시지다.
만약 현 정책이 지속될 경우 한화큐셀의 사례는 국내에서 반도체 등 여타 제조업체 공장이 해외이전으로 등돌릴 수 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 경쟁사인 대만 TSMC는 애플이 납품업체들에게 2030년까지 이행요구에 대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60%, 2040년까지 100%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TSMC는 해상풍력기업과 연간 20TWh(원전 3기 발전량)의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반면 삼성, SK 등 반도체업체들의 모기업들은 이른바 'SMR얼라이언스', '무탄소에너지연합(CFE)' 등 정부의 원전몰이에 휘둘리며 시간을 허비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척화력, 강릉안인화력, GS동해전력 등 동해안 석탄발전기 6기는 수도권으로 송전선이 부족해 가동률을 30%이내로 제한하라는 전력당국의 지침을 받았다. 정부계획인 <제6차 전기본>에 따라 무려 약 12조6000억 원이 투자된 사업들이지만,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정부가 국제 탄소중립추세는 물론 송전제약이라는 국내 요인을 무시하고 발전설비계획을 결정한 결과는 국가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사업법 개정 에너지전환시대 흉기 돼버린 <전기본>제도 폐지해야
윤 정부 출범 후 추진된 신한울 3,4호기에 이어 이번 <제11차 전기본>의 신규원전 3기 계획 역시 모두 동해안에 건설될 전망이기에 이들 석탄발전소들처럼 좌초자산화가 유력하다. 현재 동해안 송전선로 건설공사가 진행중이지만, 2026년에나 준공될 예정이고 기존 고압교류 송전선로에 이질적인 고압직류(HVDC) 송전선이기에 송전선로간 간섭현상과 고장전류로 대형정전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전력계통 전문가들의 경고가 지속돼왔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건설중인 똑같은 HVDC(500kV)기술을 먼저 북당진-고덕 HVDC사업에 적용했으나, 애초 2022년 준공될 계획대비 기술적 문제로 3년이나 정상가동이 지연, 현재도 해결을 못해 당분간 총출력의 절반만 운영할 방침이다.
윤 정부가 신규원전 추진의 명분으로 특히 강조해온 '용인반도체 클러스터'는 초기 3~4년동안 3GW용량의 가스발전, 2030년대부터 7GW의 전력을 해안가 원전에서 생산해서 장거리 송전선로를 통해 공급한다는 구상에 기반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은 세계최고수준의 높은 전력밀도, 즉 송전선로가 더 이상 들어서기 어려울 정도로 밀집돼 있어 송전선로간 간섭현상과 대형정전 위험을 안고 있다. 단순한 지역민원을 넘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세계적 기업들로부터 2030년까지 이행실적 요구를 받는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다급한 사정을 감안할 때도 한마디로 어이없는 구상이라고 일축했다.
■기업들과 지방 재생에너지사업 선순환 전력시장 개혁 시급
반면 국내 태양광의 성장을 주도했던 충청, 호남 태양광사업자들은 수도권으로의 송전제약으로 인해 더 이상 송배전망 신규연계가 불허된 상황. 수도권에 반도체를 건설하겠다는 기업들은 수도권 송전망 포화와 재생에너지 부족으로 이행이 불가, 태양광 사업에 유리한 영호남권은 송전제약으로 더 이상 증설할 수 없는 난국이다. 결국 관련기업들을 영호남 지역으로 분산배치해 기업들과 지방의 재생에너지사업 선순환되는 전력시장 개혁이 시급하다.
이 같은 대내외 총체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난 걸프전(1991)과 국제유가 폭등이후 국내 석유수요관리를 위해 YS정부가 결단한 유가 및 석유시장 자유화조치(1994 발표, 1997 전면이행)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 석유보다 시간과 지역에 따른 가치의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전력시장은 지역과 시간에 따라 빠르고 유연 변동하는 전력요금제가 필요하다. 구글이 추구하는 이니셔티브와 사실상 동일한 전력시장 모델이다.
국내의 경직된 전력시장 모델과 한 쌍을 이루고 있는 <전기본>제도는 전력공급 측면에서 사실상 원전건설계획 전용창구로 시대적 임무를 마쳤고 폐지 시급하다. <전기본>은 80년대 후반 신규원전 계획이 본격화되며, 장기간 소요되는 신규원전 인허가절차를 정부가 대행해주는 '원스톱샵'용으로 1989년 도입된 <장기전력수급계획>에 기원한다.
2001년 이후 <전기본>으로 명칭이 바뀌고 발전사들의 건설의향을 반영한다는 점만 빼면, 여전히 신규원전 건설에 필요한 11개부처 20개 인허가절차를 산업부가 일괄 대행처리하는 법적 근거가 되고 있다.
■전력공급안정, 에너지전환과 같은 기능 전문규제기관 보장해야
과거 발전설비계획은 한전 내부 계획인 장기전원개발계획(1981~89)으로 진행됐으나, 1980년대 후반 원전 국산화와 대규모 원전건설 계획이 추진되며, 한전의 각종 인허가절차로 부담이 증가했다. 정부는 전기사업법 개정(1989)을 통해 <장기전력수급계획>(1991~99)을 정부계획으로 승격시켰다. 그 사이 명칭이 <전기본>으로 변경됐고 원전 국산화도 종료됐다. 반전(?)은 있다. 지금도 원전 인허가 신속처리 및 각종 특혜는 <전원개발촉진법>은 정당화되고 있다.
역으로 이행을 위해 필요한 태양광, 풍력 발전사업의 경우 개별사업자가 최대 29개까지 인허가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측면에서 원전보다 더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본>은 사회주의 국가, 개발도상국에서나 볼 수 있는 계획경제의 잔재로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 경제, 사회 수준에 더 이상 맞지 않는 시대적 한계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은 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국내기업들을 해외로 내쫓는 흉기역할을 하고 있다.
멕시코를 제외한 OECD 회원국들에서 정부는 근거와 방법론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수요전망만 제시할 뿐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맡겨져 있다. 관련기업들이 원하는 전력공급안정, 에너지전환과 같은 기능은 전문규제기관이 시장규제와 유인제도로 보장하고 있다. 한전 입장에서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제22대 국회는 정부의 <제11차 전기본>에 대해 과거처럼 1회성 비판에 그쳐서는 안 되며,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에너지전환시대에 흉기가 돼버린 <전기본>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NDC목표와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은 <전기본>이 아닌 계획입지제도, 차액계약제도(CfD) 등의 입법을 통해 인허가절차 난맥상과 투자불확실성의 해소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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