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상위 95%가 아닌 단순 평균값 적용
휘발성 발암물질인 '벤젠' 누락 드러나
독성물질 비소 체내흡수계수 값 임의로
녹색연합, 별도 정화조치 없이 정원 개방"
오염토 건강 영향 위험 평가 결과 비과학
[환경데일리 고용철 기자]용산 미 8군 기지로 써온 땅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곳에 어린이정원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성역 밖이라고 비공개됐던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을 위한 안전성 분석 보고서(LH 보고서)가 나왔다.
LH 보고서는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부지가 발암성이 강한 위해도 및 비발암 위해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으므로 토양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결론 지었다.
정부 주장은 별도의 정화없이 어린이 정원으로 개방해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근거를 마련해 준 보고서였다. 녹색연합측은 우려와 달리 여러 문제 투성으로 드러났다고 20일 밝혔다. 우선 토양오염 농도를 평균 95% 상위값을 사용하지 않았고, 발암물질 벤젠을 누락해서 평가, 비소의 체내 흡소계수 값을 임의로 적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수치는 아이들에게 잔디에서 뛰어놀거나 장시간 앉아 있거나 풀, 흙을 만질 경우, 토양에서 유증되는 물질로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토양오염 농도 상위 95% 값 아닌 평균농도 적용
LH 보고서는 2021년 환경부가 수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보고서의 환경조사 데이터를 활용했다.
'국내 토양오염 위해성 평가지침'을 준용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보통 토양오염 노출농도는 평균의 상위 95% 값을 적용한다.
이 보고서는 평균농도를 적용했다. 이렇게 적용할 경우, 높은 농도로 오염 물질이 검출된 곳이 있어도 낮은 지역의 값에 묻혀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즉 높은 오염 농도의 위험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
위해성평가 전문가인 군산대 정승우 교수에게 자문한 결과, "만약 농도가 낮아서 제외한 것이라면 비슷한 수치인 크실렌(Xylene) 역시 빠져야 하지만, 휘발성 물질인 벤젠과 톨루엔만 빠진 것이 이상하다."는 평가를 했다.
이같은 발언에는 자칫 유해성 물질 농도가 계절적 기온 기후 변화로 인해 얼마든지 용출 비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
■비소 체내흡수계수값 국가 표준값 0.95 아닌 0.6으로 임의 설정
발암물질 비소(As)의 체내흡수계수(ABSGI) 값을 국가 표준값 0.95가 아닌 0.6으로 임의 설정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구리(Cu), 수은(Hg), 니켈(Ni) 등은 토양오염물질 위해성평가 지침 수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정 교수는 "왜 비소만 미환경청(USEPA) 기준을 따로 적용했는지 마땅한 근거가 없는 점"을 지적했다. 또 "보고서 표현대로 '보수적인 비소 측정 기준'을 삼았다면 0.6이 아니라 국내 기준인 0.95로 잡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LH 용역보고서에서 구리, 수은, 니켈은 해당 기준치와 일치하지만, 비소만 원래 기준치인 0.95가 아닌, 0.6으로 임의 지정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대부분의 위해성평가보고서에 들어가 있는 '총 위해도' 값 역시 빠뜨리고 있다. 개별 물질 별 위해도가 아니라 총 위해도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보고서의 결론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기도 하다.
이번 LH 보고서와 관련, 환경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오염물질 14개 중 3개 물질의 최고오염농도를 잘못 기재했는데, 다이옥신 농도는 23.8배 차이가 나면서 데이터에 차이가 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해명은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기 때문'으로 잘 확인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또 하나, 이번 용역보고서는 별도의 환경조사도 수행하지 않은 투입 비용은 6억3800만원으로 중저가로 참여했다는 점도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결국 부실한 연구용역 배경을 놓고 연구비 탓으로 돌리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번 보고서 채택까지 LH, (주)에코비트, (재)한국환경산업연구원만 참여했다. 에코비트는 충주 등 지정폐기물 처리업을 축으로 의료폐기물과 산업전문 소각업을 해온 기업이다. 공장만 충주, 울산, 광주, 세종 등지에 있는 24개 자회사로 대형 폐기물처분기업이다.
이 회사 최인호 대표이사는 태영건설 출신으로 부사장까지 지냈다. 태양그룹 지배구조로 급성장했다. 용역에 참여했던 연구원 관계자는 "깊이 있는 부분은 답변하기 곤란하고, LH측에 의견을 전달해 위해성물질 누락이나 수치에 대해서 다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환경산업연구원은 2011년 비영리기관으로 출범해, 뒤늦게 2018년 6월에 위해성평가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연구원은 환경부 산하기관 K-eco, 농식품부 농어촌공사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특정 물질이 고농도로 오염 확인된 만큼 특별조치와 함께 재사용시 주의할 점은 어린이들이 이용한 공간으로 개방시 더욱 신경써야 한다."며 "군사기지 오염토가 건강 영향 위험성 평가 결과는 과학적 불확실성을 가진 만큼 확정적으로 결론내는 건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박상욱 활동가는 "해당 부지는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수십배까지 초과하고 있는 곳이나, 일부 발암물질을 누락평가와 임의로 적용한 계수 등을 적용한 보고서를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채, 별도의 정화조치도 없이 어린이정원으로 개방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 동안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가 보고서 자체의 부실함과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닌지, 정부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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