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보호법 사각지대 '난개발 지속'
채굴 방식 광산 개발 예외 조항 법 허점
한라시멘트 행정명령까지 훼손 복구 불능
녹색연합, 산림청 환경부 방치 훼손 행위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 20년을 맞아 남은 건 '골 깊은 상처뿐이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이 보호지역 관리 조사했다. 결과물은 우리나라 생태축 가치에 걸맞지 않게 훼손은 멈추지 않고 훼손지 복원도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지역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악화를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다. 이유는 생물다양성을 지키며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현상의 완충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국토의 약 63%가 산림인 택지 개발, 도로·철도 건설과 확장, 광산·석산(채석장) 개발, 케이블카·골프장·리조트 등의 관광단지 개발로 매년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

산림 면적 2010년 비해 7만1000ha 줄어
산림청 산림기본통계에는 202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629만8000ha로 2010년에 비해 7만1000ha가 줄었다. 2010년부터 연 평균 7000ha(여의도 면적의 25배)에 달하는 산림 면적이 감소한 것. 현재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총 면적은 27만7645ha로 국내 보호지역 전체 면적의 약 6%를 차지하며 전체 국토 대비 2.6%에 달하는 면적이다.
백두대간 보호 법률 시행 이후 3차례의 확대 지정을 거친 확대 면적은 약 1만5000ha에 불과하다. 즉 보호지역 확대의 속도보다 산림 훼손의 가속도가 휠씬 빠르게 진행형이다.
보호지역의 대표적인 산림 훼손 사례는 광산 개발이다.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석회석 노천 채광의 경우 보호법 시행 이전에 허가받은 사업장은 노천 석회광산 개발을 허용하고, 갱내 채굴 방식의 광산 개발 역시 행위 제한의 예외 조항에 해당돼 개발이 가능한 상태다. 법에 허점때문이다.
강릉시 옥계면 자병산 한라시멘트 석회광산의 전경. 신규 채광지의 경우 2049년까지 채광이 예정돼 있다.
자병산은 1978년부터 석회석 광산 개발로 해발고도가 100m가량 낮아졌다. 해발고도만 낮아진 것이 아닌 약 277ha에 달하는 면적의 경사면이 채굴로 파헤쳐진 채 훼손됐다. 한라시멘트가 채굴하고 있는 광산 부지는 복구가 완료된 부지를 포함해 광산 부지 전체가 백두대간 보호지역에 해당하는 곳.

한라시멘트, 그린워싱 룰모델 추락 낙인?
한라시멘트는 1998년까지 약 20년 동안 환경영향평가 없이 이뤄졌다. 1998년, 2003년, 2017년에 추가 개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광산 개발됐다. 17년 당시 2020년으로 계획됐던 광산 추가 개발은 채굴량 감소 등의 이유로 허가 받은 면적 내에서 2049년까지 채광이 이어질 예정이다. 국유림이며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채광 종료 시점과 복원 계획에 엄밀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라시멘트 광산은 96년 백두대간의 난개발 사업으로 행정명령을 통해 약 6개월간 채광이 중단됐다. 훼손 면적이 크고 원지형으로의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같은 반환경적인 기업으로 낙인찍히면서 백두대간 보호법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2012년에는 채광지에서 큰 산사태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산림청은 조사 결과를 자연재해로 결론지었으나 6년 뒤에 밝혀진 환경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발파 균열 및 과도한 채석으로 인한 장대사면 불안정이 주 원인으로 드러났다.
종합적인 복원 계획은 채광지는 지형 훼손에 따른 복구 난이도가 높아 복구공사와 채광이 동시에 진행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무리한 채광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경사가 가파른 일부 구간에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거대한 폐석이 무단 투기되고 있어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다. 녹색연합 조사과정에서 산림청과 환경부의 방치로 훼손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은 있으나 마나 현장은 생태계 훼손 진행중
자병산 채광 완료지와 채광 종료 후 복원 사업이 시행될 채광지에 이식하기 위한 대규모의 자생식물 양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라시멘트는 생태복구 기본설계 계획안에는 식재밀도를 1ha당 최소 4000본~6000본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목표 수종별 양묘 생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병산은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계획된 채굴량이 채워질 때까지 파괴될 예정이다. 석회석 채굴을 위한 폭파가 계속된 상황에서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식물 식재 행사를 열며 한라시멘트 석회광산의 형식적 생태복원을 홍보 메신저 역할만 했다.
산림청의 묵인 속에 자병산 개발에 대한 허가 내주기에 급급하다. 석회석 광산 개발은 채굴 추정치로 계산해 2049년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 40주년이 되는 2045년의 자병산은 더 파괴된 모습일 수밖에 없다.
원경광업소가 있던 문경시 가은읍 완장리 대야산 노천 장석 광산은 1985년부터 장석 채굴을 시작했다. 백두대간 일부가 통째로 잘려나가며 30만9800㎡(30.98ha) 면적의 산림이 훼손됐다. 1997년 산림청은 훼손이유로 채석 허가 연장을 거부, 2000년 이후 개발이 중단됐다. 사실상 폐광한 상태다.
(구)원경광업소 부지에 2021년 1월 광업권을 인수한 MK광산개발산업이 산림청에 광산 개발을 위한 국유림 사용 허가를 신청한 후 광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훼손지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한 싱크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문제는 산림청의 태도다. 광산 훼손지 암반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 채광 절개지 복구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방치해 왔다.
2000년 10월 폐광 이후 온갖 불법 폐기물이 방치, 2021년에 주민과 녹색연합의 문제 제기로 건축물이 철거했다.
최근 희토류 광맥을 찾기위해 광업권이 살아있는 폐광구에 대한 탐사가 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백두대간 보호법 개정해 보호지역 내 광산 개발 제한 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에 위태롭다.

백두대간 보호법의 사각지대, 광산 개발
1989년부터 석탄산업의 사양화에 따른 폐광산 증가로 가행광산의 수가 줄어들었다. 2024년 기준 가행광산의 수는 322개소로 2005년 기준 730개소에 비하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광업권·조광권이 소멸되지 않은 광산 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발트·리튬·몰리브덴 희토류 광산 개발도 문제지만 큰 문제는 시멘트의 원료로 쓰이는 석회석 광산이다.
광산은 토지 굴착 및 채굴,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 훼손도 큰 문제지만 폐석, 폐수 방류 및 지하수 오염, 미세 분진, 소음, 진동, 지반 약화, 대형 트럭 이동으로 인한 환경 오염과 주민 피해가 막대하며 훼손지가 회복되기까지 지반 붕괴, 산사태, 수계 오염 등의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훼손 유형이 유사한 석산(채석장) 개발도 문제다. 현재 전국 1000여개의 채석장이 개발 중에 있다. 개발은 채취 과정에서 대규모의 식생, 지형 훼손을 일으키며 노천 광산과 마찬가지로 원지형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 개발되는 곳이 대다수다. 개발 종료된 이후에도 적절한 복구·복원이 이뤄지지 않아 지하수 및 인근 수계 오염과 경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법 개정 통한 보호지역 관리체계 정비해야
백두대간 보호법은 10년 동안 약 4차례 개정, 타 법률에 의한 개정을 포함 6차례에 불과, 자연공원법 등 다른 법에 비해 개정 빈도가 낮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보호 효과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보완이 시급하다.
2020년 일부 개정으로 정맥 산줄기가 법률에 명시되고, 자연공원법과 유사한 보호관리 기본원칙이 신설은 중요한 진전이란 평가다. 2017년 개정에서 등산로 및 탐방로 설치, 기지국 및 부대시설 설치, 축산업 체험시설 허용 등 행위 제한이 완화됐다.
백두대간보호지역 내 심각한 훼손 행위가 허가될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보호지역의 실질적 보전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정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녹색연합측은 백두대간 보호법 시행 20주년, 보호지역 내 허용되는 개발 행위를 전면 재검토와 생태계 영향을 종합 평가해 백두대간이 보호지역답게 보호받도록 법개정이 빠르게 전개돼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를 향해 촉구했다. [환경데일리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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