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이 있다. 이는 좋은 일을 하고 그 일에 대해 생색내거나 자랑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여 더욱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한 분야가 있다.
바로 기업 사회공헌이다. 사회공헌을 잘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널리 알리고 격려하여 더 많은 기업, 더 많은 임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주요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를 조사한 결과, 2014년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은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절대적인 규모는 감소하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줄이지 않던 기업 사회공헌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세전이익이 사회공헌 지출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율은 전년 3.48%에 비해 오히려 소폭 상승한 3.5%를 유지했다. 이는 일본기업의 1.97%에 비해서도 1.7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서 우리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사회공헌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 기업들은 양적으로 사회공헌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내용에 있어서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업의 특징을 살려 기업의 핵심가치와 연관성이 높은 분야를 발굴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는 차별화 전략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업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은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임직원들이 전문지식이나 경험을 활용 참여하는 프로보노 활동을 들 수 있다. 삼성물산은 저소득층 초등학생들로 하여금 건설업 직업체험을 하게 하는 주니어 건설아카데미를, SK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 등에 회계, 마케팅 등 경영자문을 하는 프로보노 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기업이 가진 시설이나 자산을 활용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교통사고 발생 비율을 줄이기 위해 체험 중심의 교통안전교육을 하는 현대자동차의 키즈오토파크, 7세~초등학생에게 과학의 원리를 쉽게 체험토록 하는 LG 사이언스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활동들에는 단순 봉사활동과 기부를 넘어 저마다의 철학을 담은 사회공헌활동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관심과 고민이 담겨있다.
한편, 특정한 사회 이슈에 대해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 경제계가 함께 힘을 모아 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올해 경제계가 새롭게 함께 추진한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대표적으로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청소년 시기 다양한 직업을 체험케하는 경제계 진로탐색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기업이 보유한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을 활용해, 미래 인적자원인 청소년들에게 각종 직업 세계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대한 교육현장의 반응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지난 국군의 날을 맞아 군 사기 진작 차원에서 64개 기업, 90개 브랜드가 참여하여 대통령 특별휴가를 나오는 56만 군장병을 위해 각종 소비재 상품의 무료 및 할인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당시 북한 포격도발 등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도 투철한 애국심으로 흔들림 없이 국토방위에 임해준 군장병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경제계가 함께 힘을 모아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이 같은 경제계 공동의 사회공헌 활동은 특정 사회 이슈를 위해 여러 기업이 함께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각자의 사업 특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되, 경제계 전체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움직임으로써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더욱 효과적으로 증폭된다.
기업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씨앗을 뿌리고, 사회의 격려와 칭찬을 통해 큰 나무로 자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꼽히는 기업에게 사회공헌은 기업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또 다른 혁신과 효율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경제계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그러한 노력들이 기업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면 더욱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업 사회공헌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사회 구성원의 응원과 격려가 중요하다. 규제나 강요보다는 칭찬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지지와 칭찬이 있을 때, 우리 사회가 모두 함께 더욱 울창한 숲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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