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장 "재검토" vs '탈핵당연"
월성원전주민 공정회장서 살길 마련 요구, 일방적인 파기주장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한영익 기자]"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뢰할 수 없다. 재검토하라."
28일 오전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 강당에서 열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시민공청회장은 난장판이 됐다.
공청회장에 입장한 시민들간의 충돌로 고성이 오고갈 정도로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감포읍발전협의회장이 공청회 무효 주장하는 목소리와 야유가, 토론자들의 발언때마다 고함을 질려, 경찰까지 투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짜맞추기식 8차 전력수급계획은 전면 파기돼야 한다."며 "정부의 행정절차 미이행 탈법적 8차 전력수급계획 공청회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날 울진군범군민대책위원회는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탈원전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민주적 절차인 국민의 의견수렴조차 무시한 반법률적이고 반민주적인 작태를 서슴치 않고 있다."며 "40여년간 정부의 일방적 에너지정책에 짓밟히고 희생해 온 울진군민들의 생존권과 지역경제 회생을 위한 법률적 특단의 조치를 즉각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밝힌 8차 계획에서 큰 줄기는 원전 및 석탄발전소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발전 확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가장 근접한 내용을 고스란히 담겨졌다. 이날 공정회장에서 에너지수립 전문가들은 "과거 수급계획이 수급 안정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8차에는 환경성이 대폭 반영됐다."고 이구동성을 말했다.
눈길을 끄는 항목은 LNG 발전의 높아진 가동률이다. 정부는 현재 전체 45.3%를 차지하는 석탄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약 10% 낮춘 36.1%로 끌어내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기간동안 LNG발전 비중은 16.9%에서 18.8%로 늘린다. 당초 계획대로 신재생 설비도 태양광 및 풍력발전 중심으로 늘려 현재 11.3GW에서 향후2030년까지 58.5GW로 무려 4배 증가 대폭 늘어난다. 발전량 기준 비중은 2030년 석탄 36.1%, 원전 23.9%, 신재생 20.0%, LNG 18.8%다. 사실상 원전신규발전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신재생에너지원과 균형을 맞춘 셈이다.
이날 정부의 탈핵정책을 기정사실화한 기자회견에는 삼척석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범시민연대, 강릉범시민대책위, 충남석탄화력대책위, 전국송전탑반대네트워크, 경기765kV송변전백지화공대위, 횡성송전탑반대대책위, 에너지나눔과평화,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녹색연합,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회원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이번 전력수급계획안처럼 ▲석탄발전 총량 규제 ▲노후원전 조기폐쇄 계획 수립 ▲지진위험지대 원전 설비 축소계획 수립 ▲동해안∼수도권 장거리 송전선로 계획 폐기 등을 정부에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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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공식화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논평에서 우리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진정성 있게 이행되고 이번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날 정부가 공개한 8차 전력계획안은 에너지 전환이란 기치에 미흡하고 기존 전력계획의 한계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쏟아졌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은 '우리 사회가 과잉 전력공급의 실패를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 현재의 공급과잉 사태는 전력수요를 부풀리고 이를 설비확대의 구실로 정당화했던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고 꼬집었다.
이번 8차 계획에서도 이미 틀린 것으로 판명 난 기존 모델을 그대로 사용해 전력수요를 전망했다. 전력수요가 예전보다 하향 조정된 것은 단순히 경제전망의 조정에 따른 것이지, 전력수요 관리에 대한 정책의지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아 '전기 중독 사회'를 합리화하는 꼴이다.
원전과 석탄의 비중을 줄인다고 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그리고 2030년에 이르러서도 위험하고 더러운 원전과 석탄발전은 최대 발전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8차 계획안에 따르면 2030년 발전량 비중에서 석탄은 36%, 원전은 24%로 총 60% 비중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의 경우, 원전과 석탄 설비용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으로 에너지 전환이란 슬로건을 무색하게 한다. 이것이 과연 원전과 석탄의 축소라고 자부할 수 있는가. 이대로 과잉설비 국면이 심화된다면, 재생에너지는 확대해도 좋고 안 해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과거처럼 뒷전 취급당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이는 노후 석탄과 원전을 폐쇄하고 제약하더라도, 신규 발전소 건설을 기존대로 용인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9기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원점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고 9월 말에 4기 석탄발전소의 친환경연료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당진에코파워 2기만 LNG로 전환하고 삼척 포스파워는 석탄발전소로 추진하겠다고 물러섰다. 왜 신규 석탄발전소를 어쩔 수 없이 강행해야 하는지 공익에 부합한지 타당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석탄발전 확대로 인한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증가에 대해 정부는 국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대안을 찾으려 했는지 되묻고 싶다.
비록,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정으로 건설 재개 결정이 났지만 부산, 울산, 경남 수백만명 인구 밀집 지역에 가동 원전을 축소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공론화 결정 이후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인해 노후원전 조기폐쇄와 건설 원전의 안전성 강화 요구는 더욱 거세어진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포항지진 규모 5.4에도 0.58g의 최대지반가속도가 확인된 만큼 0.2g 내진설계에서 더 이상의 내진강화가 불가능한 월성원전 4기는 조속히 폐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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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과 원전 추가건설은 결국 원전건설에 참여하는 대기업 배만 불러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 후유증은 전국이 고압 송전탑 건설로 몸살을 앓고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댓가를 치뤘다. 이번 논평에서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한 중앙집중형의 불합리하고 부정의한 시스템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설득력에 힘이 실렸다.
그동안 충남권과 영남권에 몰린 석탄발전, 원전은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고압 송전탑 건설과 경과지 주민들의 인권과 생명에 대한 희생도 강요당했다. 이와 관련, 정부가 밀양의 교훈을 외면한 채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전력공급 구조 유지는 그토록 강조하는 '분산형 전원확대'는 한낱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환경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과거 '가짜 녹색성장'의 실패와 결별할 것을 촉구한 함성이 원전 추가 건설 지역의 주민들의 외침보다 더 설득력이 깊게 공청장내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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