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대비 무게 80% 절감, 물 자체를 전극으로 활용하는 혁신적 설계
- 에너지 과잉 생산국의 새로운 돌파구... ‘하이드로볼타익’ 기술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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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풍력 발전 설비의 과잉 확충으로 인해 전력 단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사실상 무료에 수렴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가 ‘전기 처리’라는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 가운데, 과학계는 태양광과 풍력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메울 새로운 에너지 수확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선 것이 바로 ‘비(雨)’를 전기로 바꾸는 기술이다.
빗방울 한 방울의 힘, 250볼트의 전압을 끌어내다
지난 3월 8일, 중국 난징 항공우주대학(NUAA)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내셔널 사이언스 리뷰(National Science Review)'를 통해 혁신적인 형태의 빗방울 에너지 발전기인 ‘W-DEG(Water-integrated Droplet Electricity Generator)’를 공개했다.
이 장치의 핵심은 빗방울이 표면에 부딪힐 때 발생하는 물리적 충격과 마찰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0.3㎡(약 0.09평) 크기의 패널은 실험실 환경에서 쏟아지는 빗물만으로 무려 50개의 LED 전구를 동시에 점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우적 발전기가 딱딱한 기판 위에 절연층과 금속 전극을 샌드위치처럼 쌓아 올린 형태였다면, W-DEG는 ‘물 위에 뜬다’는 역발상을 적용했다. 장치가 떠 있는 수면 자체를 회로의 한 축인 하부 전극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빗방울이 소수성(물과 친하지 않은 성질) 표면에 떨어져 퍼지는 순간, 전하가 재배치되며 빗방울당 최대 250V에 달하는 전압 피크를 발생시킨다.
가볍고 저렴하게... ‘하이드로볼타익’의 경제성 증명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기술의 한계였던 ‘무게’와 ‘비용’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물을 직접 전극과 지지체로 활용함으로써 장치의 무게를 기존 대비 약 80% 줄였으며, 제작 비용 또한 절반 가까이 절감했다.
이른바 ‘하이드로볼타익(Hydrovoltaic, 수력발전의 분자 단위 개념)’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물의 자연적인 순환 과정에서 에너지를 추출한다. 태양광 패널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흐린 날이나, 바람이 잦아든 우천 시에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신재생 에너지 시스템의 완벽한 상호보완재로 평가받는다.
장치 상단에 설계된 미세 구멍(Micro-holes)은 폭우 시에도 물이 고이지 않고 배수되도록 도와, 충격 지점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며 발전 효율의 저하를 막는다. 또한 온도 변화나 염도 차이, 심지어 조류와 퇴적물이 섞인 호숫물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을 확인해 실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에너지 무료 시대’의 보조 엔진이 될 것인가
물론 이 기술이 당장 가계의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춰줄 ‘마법의 지팡이’는 아니다. 연구팀은 본 기술이 아직 실험 단계이며, 변환 효율과 강수량에 의존하는 간헐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 전력망 연결이 어려운 오지의 기상 관측소, 해상 부표, 댐이나 저수지의 환경 센서 등에 독립 전원으로 활용하기에 최적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전기가 남아도는 국가’들의 경우, 대규모 풍력 단지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생산의 공백기를 최소화하는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아드리안 비예야스(Adrián Villellas) 에너지 전문 분석가는 “W-DEG는 우리가 버려진 에너지라고 생각했던 빗방울조차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대규모 발전보다는 전력망 사각지대를 메우는 ‘마이크로 그리드’의 핵심 요소로서 신재생 에너지의 밀도를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학계의 시선은 이제 실험실을 넘어 실제 야외 환경에서의 내구성 검증으로 향하고 있다. 거센 풍랑과 오염 물질 속에서도 이 ‘부유하는 발전기’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인류는 비 오는 날을 ‘에너지 수확의 날’로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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