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감축경로 유도 설문 발제 취지 훼손
일본은 선형감축경로 명시
영국 제외 다수 국가 선형보다 완화
핵심 국제 비교정보 '누락'
철강 ·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 전환 비용
산업 경쟁력 · 일자리 영향 빠지고 도덕적 당위만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 2035 NDC 제출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과의 비교가 된다.
중국, 미국, 인도 다배출 1~3위 국가는 실질적인 2035 NDC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1위인 중국(29.2%)은 2035 NDC를 제출했지만, 피크 대비 7~10% 감축이라는 상대지표만 제시하고 피크 시점도 특정하지 않아 실질적인 감축목표로 보기 어렵다. 사실상 포기했다는 반증이다.
2위인 미국(11.1%)은 2035 NDC는 2024년 제출했으나, 파리협정 탈퇴로 철회한 상태, 3위인 인도(8.2%) 역시 2035 NDC 자체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각국 감축경로 수준을 보면 확연하게 다르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2035 NDC에서 선형감축경로보다 강화된 감축목표를 제시한 반면, 일본은 선형감축경로를 채택하고 이외 대부분의 국가는 선형감축경로보다 완화된 목표를 채택하고 있다.
영국: 2030년 68% 감축, 2035년 81%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선형감축경로에 따를 경우 2035년 목표값이 약 76%에 해당하므로 2035 NDC에서 선형보다 빠른 감축경로를 채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2030년 46% 감축, 2035년 60% 감축,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제시해, 구간별 감축폭이 고르게 이어지는 전형적인 선형감축경로 채택했다.
캐나다는 볼록형에 가까운 경로. 2030년 40~45% 감축, 2035년 45~50% 감축, 2050년 탄소중립달성을 목표로 제시해, 초반은 완만하고 후반 감축을 강화하는 경로다.
이처럼 올여름 역대급 긴 폭염 무더위과 열대야가 예고된 가운데 기후위기 공론화위원회가 13일 국회 기후특위에 보고한 공론화 결과를 두고, 설왕설래한 분위기라고 13일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국민 숙의를 통해 사회적 판단을 모으겠다던 공론화가 오히려 특정 감축경로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입장을 전달한 김소희 간사를 비롯해, 이헌승, 이종배, 조지연, 김용태, 서범수, 조은희은 설문 문항의 편향성, 전문가 발제의 불균형, 핵심 정보의 누락 등으로 공론화 전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7명의 의원들은 주장한 감축경로를 정하는데 국민들의 의견을 담는 공론화는 편향성을 배제해야 하는게 원칙인데, 조기감축 경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심각한 편향성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설문 문항부터 정답지 깔아놓아
7인 의원들은 이번 공론화의 핵심인 감축경로 설문이 애초부터 조기감축으로 응답을 유도하는 구조였다고 입장, '초기에 더 많이 감축하는 방식(오목형)'에 "미래세대의 부담이 적다"는 등의 긍정적 설명을 붙인 반면, 선형과 후행형 경로는 기후피해 확대 등 부정적 요소를 더 부각했다는 것. 이는 조기감축 경로를 더 책임 있고 도덕적인 선택처럼 보이게 만들고, 다른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 무책임한 선택처럼 인식하게 할 소지가 크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리서치 · 통계 전문가들도 이번 문항이 설문 설계의 기본 원칙인 가치중립성과 감정 배제 원칙을 어긴 편향적 문항이라고 지적했다.
■목표 수준 신중했는데, 경로만 급격 선행감축
이 같은 의심은 2차 조사 결과를 함께 놓고 보면 더 짙어진다. 감축목표 수준 설문에서는 시민대표단 39.1% 가 '전세계 평균 수준', 25.0%가 '그보다 낮은 수준'을 선택, 합계 64.1%가 평균 또는 그 이하 수준을 선호했다.
하지만 감축경로 문항에서 77.9%가 '초기에 더 많이 감축 방식'을 택했다. 야당 의원들은 감축경로 문항의 질문 설계와 설명 방식, 제공 정보의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전문가 발제자 특정 경로 사실상 '정답'처럼 제시
숙의 과정의 핵심인 전문가 발표 역시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7인의원들은 4일 진행된 감축경로 세션에서 발제자가 조기감축 필요성을 직접 강조하고 후행형 경로는 정책적으로 선택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해 사실상 조기감축 방향을 '정답'처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선형감축경로 명시… 핵심 국제 비교정보 '쏙'빠져
시민대표단에게 감축경로에 대한 국제 비교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일본은 선형경로, 영국을 제외한 다수 국가는 선형보다 완화된 감축경로를 택하고 있음에도 이런 국제 비교자료는 자료집과 설문 문항에서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이러한 정보가 제공됐다면 시민대표단의 감축경로 응답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산업 경쟁력 · 일자리 영향 빠진 반쪽 공론화
조기 감축경로는 철강 ·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에 막대한 전환 비용과 투자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전기요금, 난감축 업종 부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명과 논의도 충분하지 않았다.
7인 의원들은 실물경제와 산업 현장에 미치는 현실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공론화 결과를 두고 곧바로 국민적 합의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김소희 의원은 "이번 공론화는 국민의 자율적 판단을 확인한 절차라기보다, 조기 감축경로를 정당화위해 설계된 절차였다."며 "편향과 유도의 한계가 있었던 만큼 국민적 합의로 해석은 무리"라고 말했다.
조지연 의원은 "이번 공론화에서 의견 수렴과 감축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어떤 부문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고, 정책수단과 비용이 필요한지 현실적 논의와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범수 의원은 "공론화 결과보고서를 당일 기후특위 현장에서 처음 배부하고, 토론하자는 것은 국회를 형식적으로만 거치는 절차처럼 보인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김용태 의원은 "주요 배출국들의 2035 NDC 제출이나 목표 수준이 책임 있는 감축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만 과도하게 앞서가는 방식이 가져올 파장을 시민대표단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은희 의원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산업별 감축 여건과 비용, 전력 수요 증가 등 현실적인 요소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다시 리셋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데일리 =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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