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8만 7,117㎢ 규모 해역 보호… 산업적 어업 제한 및 생태계 복원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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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칠레 - 칠레 정부가 후안 페르난데스 제도(Archipiélago Juan Fernández) 주변 해역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관리 계획을 승인하며, 전 세계 해양 보존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승인으로 칠레는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약 16%에 해당하는 58만 7,117㎢의 바다를 단순한 ‘선언적 보호’를 넘어 ‘실효적 감시’ 체계 아래 두게 되었다.
‘선언’에서 ‘행동’으로: 거대한 해양 보호 구역의 탄생
이번에 확정된 관리 계획은 ‘나스카-데스벤투라다스 해양공원(Nazca-Desventuradas Marine Park)’과 ‘후안 페르난데스 다목적 보호구역(Mar de Juan Fernández)’을 아우르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포함한다. 칠레 본토에서 약 600km 떨어진 이 지역은 독특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알려져 왔으나, 그간 구체적인 관리 지침의 부재로 인해 실질적인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의 핵심이 이른바 ‘페이퍼 파크(Paper Parks,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보호구역)’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세아나 칠레(Oceana-Chile)의 이그나시오 페티(Ignacio Petit) 연구원은 “많은 국가가 대규모 해양 보호 구역을 발표하지만 실제 운영 단계에서 실패하곤 한다”며, “이번 후안 페르난데스 모델은 과학적 목표와 감시 프로그램, 그리고 지역사회의 참여가 결합된 드문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주민이 지키는 바다, ‘코-거버넌스(Co-governance)’의 승리
이번 관리 계획의 가장 독특한 점은 국가 주도의 일방적 규제가 아닌, 지역 주민이 직접 의사 결정과 감시에 참여하는 ‘공동 관리(Co-gestion)’ 모델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공식화된 ‘지역 관리 위원회(Local Management Council)’는 지역사회 대표를 필두로 칠레 해군, 환경부, 국립수산양식청(SERNAPESCA), 수산차관실 등 범부처 기관들이 협력하는 ‘거버넌스 실험실’ 역할을 수행한다. 위원장을 맡은 훌리오 차모로 솔리스(Julio Chamorro Solís)는 “공동체가 직접 내린 결정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준수하기에 훨씬 용이하다”며, “이번 조치는 우리 조상 대대로 이어온 지역적 해양 관리 관습이 제도적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관리 계획 수립 과정에서 실시된 가구별 방문 면접 조사 결과, 섬 주민의 약 90%가 해당 계획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호 구역 설정이 지역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통념을 깨고, 보존이 곧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보장한다는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과다.
생태계 복원의 신호탄과 경제적 전환
과거 수십 년간 후안 페르난데스 인근 해산(Seamounts) 지역은 산업용 대형 어선들의 무분별한 조업으로 인해 어족 자원이 고갈되는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2003년부터 시작된 지역 어민들과 과학계의 협동 모니터링 결과, 최근 해양 생물량(Biomass)이 눈에 띄게 회복되고 있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새로운 관리 체계 아래에서 지역 주민들은 ‘조기 경보 관찰자’ 역할을 수행하며 불법 조업을 감시하고, 해군과 수산당국은 실질적인 단속권을 행사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이와 동시에 섬의 경제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산업적 어업의 빈자리를 자연 기반 관광과 레저 낚시가 채우기 시작하면서, 생태계 보전과 주민의 소득 증대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마리솔 로메로(Marisol Romero)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국가가 규제하고 공동체가 정당성을 부여하며 감시하는 민관 협력의 정점”이라며, “후안 페르난데스는 이제 단순한 섬이 아니라 지구 해양 보존의 살아있는 모델이 되었다”고 밝혔다.
칠레의 이번 결단은 기후 위기와 해양 생태계 파괴에 직면한 전 세계 국가들에 ‘지속 가능한 해양 보호’의 실무 지침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전 세계 해양 정책의 새로운 상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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