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이 즈뱌긴체프 감독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 2월 5일 러시아 전역에서 개봉했다. 이 영화는 자국에서 개봉하기도 전에 칸 영화제 각본상,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알코올 중독, 검경과 결탁한 지방 정부 관료의 부패상, 청소년 탈선과 불륜, 결손가정 문제까지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성경과 토마스 홉스가 제시한 상징을 차용해 절대 권력을 지닌 국가 혹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며 국가권력의 일부를 등에 업은 위정자들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의 아내 릴리아가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고래의 모습, 주인공의 아들 로마가 비통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는 바닷가의 고래 뼈 등의 시각적인 형체로 형상화된 국가권력은 개인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 그 자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촬영지인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 주는 핀란드, 노르웨이와 경도 상으로 동일한 위치에 있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무르만스크 주는 바렌츠 해와 인접한 북극권 최대의 도시로 북극항로 개발 및 북극 천연자원 개발 시 최대 수혜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작품 속 러시아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와 관련해 Expert 등 비즈니스 관련 매체를 포함한 러시아 언론들은 영화의 비극적인 결말은 개인의 책임이며 러시아의 실상은 영화에서처럼 비참하지 않다는 요지의 리뷰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개봉이 결정되기 전에 푸틴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이 영화를 미리 다운로드해서 볼 것을 권장했고 또한 이 영화가 반러 영화가 아니라고 인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현 경제 상황은 어떠한가. 2월 말 한차례 연장된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와 관련하여 많은 한국기업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불가리아, 터키 등 상무부 대표들은 서방 경제제재는 그 자체의 경제적인 파급효과보다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식료품 수출제한과 러시아 정·재계 인사들 중 일부에 대한 서방의 비자발급 제한 및 계좌 동결 등의 조치로 러시아인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문에 잠재투자가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루블화 가치 저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자 서방 기업들이 철수한 경우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로부터 서구자본 유출이 가시화되자 러시아 특별경제구역(RUSSEZ)을 비롯한 지방정부 투자관계자들은 영어로 된 홍보물과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단일창구(One Window) 시스템을 도입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투자자들은 절반 가까이 떨어진 루블화 가치를 고려해 그린필드 뿐 아니라 자산구입 및 M&A 형태의 투자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 유럽 경제가 입은 타격이 21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럽의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조기에 해제될 경우 러시아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현 러시아 경제 위기는 1998년의 모라토리엄,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를 거쳐 7년 만에 찾아온 것이다. 러시아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환율로 인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기존 진출기업과 잠재 투자가들에게 러시아 경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다.
막심 오레시킨 러시아 재무부 전략기획팀장은 2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기업연합(SPIBA)과의 설명회를 통해 2번의 위기를 거친 러시아는 위기 대응을 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경제지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확신했다.
러시아의 경제 위기 극복 진전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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