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일원-자연환경과 문화, 1000여 건 문화재 확인돼
환경부 '한반도 생태축 동해까지 DMZ 횡축 설정' 선언
DMZ 서식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01종, 전체 267종 38%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남북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4월 27일 남과 북의 정상은 판문점에서 화합의 악수으로 한반도는 평화의 날개가 펴졌다.
이번 평양회담에서 의제는 '경제협력, 종전선언, 비핵화'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통해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이끌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특히 남북 모두 추구하는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경제발전에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비핵화선언 중 가장 핫플레이스한 남북한 공통 협력 지형으로 비무장지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이다. 이중 비무장지대(DMZ)는 지구촌에서 가장 완전환 생태계보호지역으로 이를 세계인의 평화관광상품 구축한다는 구상도 이미 마친 상태다.
그럼 DMZ의 경제적 생산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DMZ의 생태적 가치는 동물이 먼저 언급된다. 종의 다양성과 종 별 개체수도 남북한 통틀어 으뜸이다. 인간의 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에 DMZ는 동물들에게 안정적인 서식처를 제공했을 것이다. 특히 포유동물은 생물학적 진화로 볼 때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의 개발과 활동에 직접적인 향을 받는다. DMZ는 동물들이 생태적 측면에서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서 가장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다.
DMZ는 식물도 풍부하다. 국립수목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DMZ 식물상은 전체 2504분류군이다. 이는 국내 전체 식물종 4497종의 56%에 해당한다. 식물자원의 거점으로도 DMZ는 매우 중요하다.
DMZ, 평화와 생태의 땅으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설정됐다. 그 본래 뜻과는 다르게 철저히 무장된 채로 6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DMZ 일대는 사람의 출입 및 인위적인 행위가 제한적이었던 탓에 전쟁의 상처를 자연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하며 지금은 동식물의 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DMZ라는 공간의 특수성은 동식물뿐만이 아니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줬다. 국립수목원과 녹색연합은 수년간 DMZ 현장을 발로 뛰면서 조사 연구 2017년 DMZ 일대의 생물자원 및 역사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쓴 'DMZ생태문화 지도 (식물, 동물, 인문, 마을편)'4권을 발간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기록이자, 금단의 땅이었던 DMZ가 'DMZ생태문화지도 4권'을 통해 그곳에 자리한 희귀식물을 비롯한 동식물, 마을, 문화까지 많은 분에게 알려짐으로써 우리의 소중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아끼고 보존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국립수목원과 녹색연합은 정전 65주년이 되는 7월 27일이 종전과 평화협정의 날로 '평화와 생명의 DMZ'를 발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조사된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DMZ의 산과 하천을 비롯한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훼손실태와 보전방안까지 아우르고자 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DMZ의 생물자원의 중요성과 다양한 접근을 통한 DMZ의 보전 가치를 담은 작은 책자가 다가올 평화의 시대에 DMZ 생물다양성보전 연구의 길잡이가 된다면 저희에게는 더 없는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그동안 한반도의 생태계 보전과 관리 활동이라는 한길을 걸어왔다. 1996년부터 백두대간을 조사하고 연구해 보전의 기틀을 다졌고, 2006년에 백두대간보호법 제정에 앞장섰다. 이와 함께 1998년부터 DMZ와 민북지역의 실체 규명과 보전 활동에 나섰다. 2000년부터 DMZ 내부 탐사를 꾸준히 진행해, 2006년은 248km에 달하는 DMZ 전체를 종주하며 조사했다. 2007년부터 민북지역의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경기도 파주부터 연천을 거쳐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까지 2개 광역 도와 7개 시군이 연결돼 있는 DMZ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생태축이며, 한반도 자연의 살아 있는 전시장으로서 동북아에서 한반도로 뻗어 나온 대자연의 속살과 겉살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DMZ는 응축된 자연의 본 모습을 잘 보여준다. 65년 이상 외부와 차단돼온 DMZ 자연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왔다. 서부에서 동부까지 경이로운 대자연이 펼쳐내는 압도적 풍광과 함께, 한반도의 자연이 빚어내는 다양한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는 DMZ는 국제적인 생태 보고로 평가됐다.
하지만 그동안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 접근이 힘들어 자연과 산림의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여건 속에서 녹색연합은 DMZ 생태계의 실체를 한반도 공동체의 모든 사람에게 생생하게 알리고 전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DMZ는 멸종위기동식물의 보금자리다. DMZ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은 모두 101종으로, 전체 267종의 38%에 달한다. DMZ의 생태적 가치는 동물의 종 다양성과 종별 개체수 측면에서 남북한을 통틀어 으뜸이다.DMZ는 백두산 원시림지대와 함께 한반도에서 가장 안정적인 동물의 서식공간이다.
특히 포유동물 경우 남한 최고의 서식지다. 반달가슴곰을 비롯해 산양, 사향노루, 삵, 수달, 담비, 하늘 다람쥐 등이 DMZ에 살고 있다. 이중 반달가슴곰은 철원부터 화천, 양구, 인제, 고성까지 중부전선부터 동부전선에 걸쳐 살고 있다.
국내에서 야생반달곰의 서식은 지난 99년 지리산에서 확인된 것이 유일하며, 사향노루도 80년대 이후 직접 확인된 것은 DMZ뿐이다. DMZ가 동물들이 인간의 간섭에서 벗어나 생태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이라는 뜻이다. 동물과 함께, DMZ에 식물도 풍부하다. DMZ에 서식하는 식물은 2504분류군으로 국내 전체 4497종의 56%에 해당한다. DMZ는 한반도의 허리답게 북한식물과 남한식물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1991년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10개년 계획으로 휴전선을 포함한 10개시군(옹진,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의 군사보호구역에서 문화재지표조사를 진행했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 문화유적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DMZ 일원에 수많은 유적이 집하고 있음이 밝혀졌고 실제 약1000여 건에 가까운 문화재가 확인됐다.
그동안 남쪽에 국한돼 있던 문화재 발굴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DMZ의 역사유적을 발굴할 가능성이 열렸다. 2018년 6월에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국방부가 북측에 남북 공동발굴 추진을 제안했다고 한다.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 조성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궁예도성을 비롯한 비DMZ의 역사유적 공동발굴을 삼았다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정상회담 이후 DMZ를 개발하려는 온갖 구상들이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DMZ 내부에 도시나 근린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까지 유포되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상징성 뒤에 숨어 '정책'이라는 이름 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언급되는 실정이다.
DMZ는 전쟁과 냉전이 만든 비극의 공간이다. 지난 65년간 군사적 목적 외에 일체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됐다. 이런 상황은 역설적으로 사람을 제외한 모든 생명에 게 유례없는 낙원이 됐다.
20세기 이래 근대적 경제활동과 산업화로 더 이상 한반도 에 남아 있지 않은 온갖 다양한 생태계의 역동적인 모습이 살아났다.
해안지역부터 고산지역까지 본래 자연의 모습이 나이테처럼 켜켜이 자리 잡았다. 자연이 스스로를 치유 한 결과다. 남북과 북미의 평화를 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질적 문을 여는 평화협정이 현실로 떠오르고 있다.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그 준비 단계에서 우리는 DMZ를 어떻게 '진정한 평화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고심해야 한다.
DMZ의 평화가 난개발의 평화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DMZ내부는 어떤 형태의 개발도 이뤄져서는 안된다. DMZ를 상처와 분단의 공간에서 미래세대의 원한 공간으로 남겨야 한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DMZ의 보전을 위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전 협정 이후 DMZ의 공간적 범위는 계속 줄어들었다. 통일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들은 아직도 DMZ를 '248km 길이에 남북으로 폭 4km 떨어진 공간'이라 한다.
하지만,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당초 면적의 40% 이상이 축소됐다. 인민군이 먼저 북방 한계선 철책선을 남쪽으로 이동시켰고 국군도 이에 대응해 남방한계선 철책선을 북쪽으로 전진시켰다.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생태축으로서의 면적과 기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부는 2000년 '한반도의 생태축으로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연결된 백두대간을 종축으로 삼고, 서해에서 동해까지 이어진 DMZ를 횡축으로 설정한다'고 선언했다.
한반도 전체를 관통하는 백두대간의 생태축과 비교했을 때 DMZ는 그 폭이 훨씬 좁다. 추가적인 훼손과 이로 인한 면적 축소가 계속된다면 생태축의 기능과 역할이 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도 더 이상 DMZ 내부를 훼손하는 접근은 피해야 한다. 남북교류사업을 비롯한 일체의 개발 사업들은 민통선이나 그 이남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백두대간은 2005년부터 백두대간보호법이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어 적게나마 지속적으로 보호구역의 면적이 늘고 있다. 반면 DMZ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장치는 아무것도 없다. 명실상부한 한반도 종횡의 생태축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DMZ는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서 태어났다. 전쟁의 일시적 중지라는 국제정치적 타협 속에서 65년 이상 불안전한 평화를 유지했다. 남과 북은 대치했지만, 그 안의 생명은 65년간 더 없는 평화와 자유를 누렸다. 강은 남북을 오가며 변함없이 흘렀다. 식물은 철책선을 넘나들며 풍성한 숲을 이뤘고 그 안에서 동물들은 마음껏 그들만의 자 연을 누렸다. 한반도의 DMZ는 존재 자체로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다.
이미 한반도만의 DMZ가 아니다. 국제적인 생태보고로서 세계자연유산과 20세기 전쟁과 냉전의 현장이라는 세계문화유산이 결합한 세계복합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이를 위해 전쟁의 당사자던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함께 지혜를 모으고 협력해야 한다. 남북 협력과 더불어 세계자연유산과 세계문화유산을 위한 조사와 연구가 수행돼야 한다.
DMZ에 대한 남북공동생태조사를 비롯해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을 발굴보존해야 한다. 세계유산을 위해서는 생태, 환경, 산림 등의 보전과 함께 GP시설과 GOP철책선 등의 군사시설도 원형을 그대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지구촌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는 최종선언의 장이 세계복합유산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전 지구적이며 세계사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잔혹한 전쟁의 역사를 유일하게 위로하는 곳이 바로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다. 전쟁과 분단의 슬픔을 딛고 한민족이 인류에게 주는 미래의 세계유산이 바로 DMZ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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