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저항 '히드로 공항' 폐쇄 예고편 불과
기후위기 시대 가장 오래 살(?)청소년 외침
[환경데일리 온라인팀]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감당해야 할 것'에 대해
▲이유진 |
다루기 시작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성장과 팽창이 불가능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현재 당장의 편익보다 더 먼 미래에 대해 책임지려는 사회일수록 기후변화를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급진적이다.
정책은 크게 규제와 인센티브로 구성되는데, 이제 규제, 즉 '금지하기'가 시행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지난 4월, 뉴욕시는 기후동원법을 통과시켰는데, 온실가스 배출의 70%를 차지하는 중대형 빌딩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법이다. 통유리 건물은 지을 수 없고, 2만5000평방피트 이상의 건물은 2040년까지 40%, 2050년까지 80%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빌딩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간 수백만 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이 트럼프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재단 소유 8개 빌딩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트럼프타워가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매년 210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같은 달 영국 시민들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인류가 '멸종'에 처할 것이라며 자연사박물관을 점거했다. 의회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시위는 진정됐는데, 비상사태 발의안 내용은 2050년까지 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고, 내각 장관들이 6개월 내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내놓도록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2025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할 예정이며, 유럽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는 나라이다.
런던시는 4월 8일, 대기오염 초저배출구역(ULEZ, ultra-low emission zone)제도를 도입했다. 배출가스 초과 차량은 런던 중심부의 혼잡구역 진입 시 하루 12.5파운드(약 1만9000원)의 '공해세'를 내야 하고, 위반 시 과태료는 최대 1000파운드(약 152만원)이다. 2015년 이전 출시된 디젤 경유차와 2006년 이전 휘발유차, 2007년 이전 오토바이가 해당된다. 초저배출구역적용 면적은 서울의 사대문 안보다 넓은 면적이고, 2021년 런던 전역으로 확대한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약 10여 개 국가가 공해차량제한지역(LEZ) 제도를 실시해, 유럽연합(EU) 기준을 통과한 차량만 시내 진입을 허가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퇴출 시점이 예고되고 있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 인도와 독일은 2030년,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으로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판매, 등록 금지를 결정했거나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디젤의 퇴출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는 디젤차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파리시는 2025년부터 모든 디젤차의 운행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석유가 고갈되거나 자동차를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금지하는 것이다.
멸종 저항은 히드로 공항 폐쇄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단거리 항공노선 폐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지의 시대로 갈 수 있고, 가야 한다. 다만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인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고 고통이 골고루 분담되어야 한다. 2018년 프랑스의 노란조끼 운동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마크롱 정부의 누적된 빈부격차 확대와 교육, 의료, 연금 분야의 복지 축소에 기인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정의로운 전환,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내세우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포함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 목소리는 '썬라이즈 무브먼트'라는 청년들의 기후위기 행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청소년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스웨덴 그레터 툰베리가 지난해 8월부터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지 않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에 전 세계 청소년들이 화답하면서 세계네트워크가 구성됐다. 기후변화를 위한 휴업(School Strike for Climate Change) 3월 15일 집회에 128개 국가, 2333개 도시에서 청소년 140만 명이 참여해서 시위가 진행됐다. 기후위기 시대를 가장 오래 살아갈 청소년과 청년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10년 전 그린 뉴딜이 녹색산업, 일자리,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다시 돌아온 그린 뉴딜은 감수해야 할 것과 하지 많아야 할 것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과 녹색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보다 눈 앞에 펼쳐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읽힌다. 기후위기에 대응이 그만큼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불'난 지구에 더는 말로만 아니라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온실가스 감축에 총력을 다하자는 것이다.
호주 총선과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후변화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녹색당이 선전하고 있다.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는 돈 있는 엘리트들의 이슈라는 보수정당들의 공격이 더는 먹히지 않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후변화는 사회적약자에게 더 가혹하다는 기후정의 개념이 널리 알려진 요인도 있다고 본다.
인기와 단기간 성과와 성장에 집착하는 정부일수록 '금지'정책을 시행하기 힘들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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