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온라인팀]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지구를 살리는 회의,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인으로부터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약 2주일 동안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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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리우 회의에서 채택된 기후변화협약은 1995년 제1차 당사국총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대기 중 온실가스 안정화를 위한 전 세계적 차원의 노력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열린 제 21차 당사국총회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모든 당사국들이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신기후체제의 근간이 되는 파리합의문(PARIS AGREEMENT)이 196개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신기후체제를 향한 논의는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은 2001년 교토의정서로부터 탈퇴를 결정했고, 일본,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등의 국가들도 교토의정서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새로운 기후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당사국총회에서 Post-2020 기후체제 협상 작업을 위한 특별작업반인 ADP(Ad hoc working group on Durban Platform for enhanced action)가 출범하게 된다.
ADP는 15차례(2012.5~.12) 협상회의를 개최했고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파리합의문 초안을 완성한 후 12월12일 당사국들은 이를 채택하게 된다.
파리합의문은 전문 및 29개 조항(Article)으로 구성돼 있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과 140개의 결정문(Decision)으로 구분된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훨씬 적도록 제한하고, 기후변화 적응력 강화 및 기후회복력을 증진시키며, 온실가스 저배출 및 기후회복력 개발을 위한 재원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파리협정은 감축, 적응, 손실과 피해, 재원, 기술개발 및 이전, 역량 배양, 투명성, 이행점검 등 주요 요소별로 적용될 원칙과 방향을 담고 있다.
이러한 요소 중 재원 파트는 협정 9조(Article 9)에 총 9개의 항으로 포함돼, 재원 조성·공급(1~4항), 보고 및 점검(5~7항), 재원 체계(8항), 재원에 대한 접근성(9항)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재원 조항에서 중요한 부분인 재원이 어느 당사국으로부터 공급돼야 하는지에 대한 재원 공급 주체 관련 내용은 1항과 2항으로 나눠져 있다.
1항에는 선진국은 감축과 적응 분야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에게 재원을 지원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2항에서는 기타 당사국들은 자발적으로 이러한 지원을 공급하도록 장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의 두 항을 통해 재원 공급은 선진국의 의무적 이행과 기타 당사국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협상 당시 미국, EU 및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은 공급의 주체로 모든 당사국이 돼야 함을 주장했고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만이 이러한 부담의 주체가 돼야 함을 주장하며 갈등 구도를 보이다가 현재의 조항으로 합의됐다.
재원 조성 내용을 담고 있는 3항에서는 재원 조성은 선진국 주도로 이뤄져야 하고 다양한 범위의 공급원, 수단, 방식으로 이뤄지되 공공기금의 중요성이 인식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재원조성 시 개발도상국의 수요와 우선순위를 고려하고 이전의 노력보다 진전이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공급원이란 민간/공공영역 여부를 의미하고, 수단이란 grant/loan/equity/guarantee와 같은 금융수단을 의미하며, 방식이란 양자/다자 방식을 의미한다.
4항은 재원 공급 시 고려돼야 하는 사항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재원 공급 시 규모가 확대돼야 하고 감축과 적응 분야에 대한 균형을 달성해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수요 및 우선순위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빈개발도상국(LDCs)과 소도서국가(SIDS)를 배려해야 하며, 적응 분야의 경우 공공영역에서 조달된 무상원조 활용이 고려돼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본 항에 대해 개발도상국은 감축 분야에 대한 지원만 활발한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공공 및 무상원조를 통한 적응 분야에 대한 지원 문구가 명시돼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5항부터 7항까지는 보고 및 이행점검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5항에서는선진국은 개발도상국으로의 공급이 예상되는 재원에 대한 정성·정량적인 정보를 2년 주기로 사전에 보고를 해야 하며, 재원을 공급하는 기타 당사국들은 자발적으로 보고할 것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조항을 통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의 재원 조성 및 공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본 조항에서 선진국은 2년 주기와 재원정보의 정량화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으나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요구로 인해 조항에 포함됐다. 6항의 경우 선진국의 기후재원 관련 행동 및 조치를 점검하는 조항이지만 구체적인 점검 방안은 추후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5항이 선진국의 사전보고 의무를 명시한 조항이라면 7항에서는 선진국의 사후보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7항에서는 선진국은 공공의 개입을 통해 조성되고, 개발도상국으로 공급된 지원과 관련된 투명하고 일관적인 정보를 2년 주기로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사전보고와 마찬가지로 기타 당사국들은 사후보고 시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즉, 사전·사후보고의 특징은 재원 공급과 마찬가지로 의무주체는 선진국으로 한정돼 있으며 2년 주기와 명확한 정보 제공 그리고 공공영역으로부터 조성된 재원의 정보를 제공해야한다는 점이다.
8항은 재원 체계(Financial Mechanism) 관련 조항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재원 체계는 파리협정의 재원 체계를 지원하고, 기존의 협약과 새로운 파리협정의 재원 체계는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재원 체계란 당사국총회의 안내에서 재원의 공급을 위한 시스템을 의미하며, 실제 운영은 국제기관(International entity)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기후변화협약 하 재원 체계의 운영 주체는 녹색기후기금(GCF, Green Climate Fund)과 지구환경기금(GEF, Global Environment Facility)이 있다.
이는 결정문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본 조항을 통해 파리협정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GCF와 GEF를 중심으로 조달되게 된다.
마지막으로 9항은 개발도상국이 재원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 조항에서 재원 체계의 운영 주체는 재원의 효율적 접근성을 보장해야 하고, 이는 간소화된 재원 승인 절차와 향상된 능력 배양 지원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국내기후변화 정책을 고려하고 LDCs와 SIDS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본 조항은 기후취약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재원 접근에 대한 어려움과 재원 활용 시 국내 기후정책과의 조화를 주장한 개발도상국의 의견들이 반영돼 있다.
1~9항까지의 조항들을 살펴봄으로써 파리협정 내의 재원요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선진국의 선도적 역할을 중심으로 기타 당사국들은 자발적으로 재원 분야에 대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재원을 조성하고 공급하며 이를 보고하는 의무를 가진 주체는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전·사후보고 및 추후 논의될 이행점검 조항을 통해서 선진국이 조성하고 공급하는 재원에 대한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셋째, 기후재원은 공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조성되고 증대될 것이다.
또한 민간분야를 통한 재원 조성도 중요하지만 공공분야로부터의 조성이 여전히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파리협정은 개발도상국의 수요 및 우선순위 고려, 국가 기후정책과의 조화, 기후취약국 배려 등의 내용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재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조항들은 파리협정의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에 대한 지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회의에서 논의되는 결정문 등을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재원 공급의 의무가 없는 non-Annex I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GCF 등 국제기구에의 공여, ODA 등을 통한 자발적 기여를 해왔다.
우리나라는 GCF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GCF 사업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2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우리는 모든 당사국들이 감축 노력에 동참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기후체제를 수립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파리총회가 실제로 지구를 살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미래 세대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
기획재정부 녹색기후기획과 강정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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