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온라인팀]몸도 마음도 추웠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4월 따뜻한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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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NH투자증권센터장 |
농협구례교육원으로 이름도 생소한 '농협이념' 교육을 들어왔다. 국가의 정체성이 국민의 가치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에 계열사로 편입된 지 3년된 증권사 지점장에게 무슨 이념을 주입할지에 대해 적잖은 냉소가 흘러나왔다.
딱딱할 거라 생각했던 2박3일간의 교육 속에 의외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의 불이 '딸깍' 켜진채 벚꽃과 플라타너스가 아름다운 담양농가로 1박2일 체험을 나갔다. 그분들에게는 소소한 일상이겠지만 익숙치 않은 나에겐 땀범벅이 된 고된 일을 마치고 투박하지만 정성 담긴 음식과 술상을 앞에 두고 나눈 대화 속에 뜨거워지는 가슴을 느꼈다.
"매일 먹는 밥과 채소, 과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다난한 고민과 갈등 속에서 나오다니!"
"이렇게 넓은 땅에서 농사를 짓지만 연간소득이 이것밖에 안되다니!"
"화려한 태양아래서 여름휴가를 즐길 때 저런 일을 꼭두새벽부터 해야 하다니!",...
농업에 대한 원망인지, 국가와 농협에 대한 원망인지, 야속한 하늘과 바보 같은 세월에 대한 원망인지 20여년 축산, 하우스, 논밭 모든 일을 섭렵한 중년 부부의 슬픈 눈빛과 젖은 목소리는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
대추방울 토마토로 돈 벌었다는 소문에 옆집형님, 뒷마을 후배도 경쟁적으로 재배해 산지가격 폭락했다는 이야기, 하우스 확장에 좋은 땅을 물색해 놨는데 복잡한 대출절차 때문에 대기업 창고에 뺏긴 이야기, 인근 대도시로 중형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얄미운 농협직원들 이야기, 쌓여가는 술병 개수보다 더 쌓여가는 이야기는 밤 깊은지 모르고 차곡차곡 마음과 머리 속을 헤집어 놓았다.
체험을 위해 내려온 2명의 농협직원에게 재워줄 방도 없어 근처 여관에 넣어주던 부부의 눈빛을 현실과 꿈속에서 기억하다가 뒤척인 잠 끝에 30분 늦게 나갔더니 벌써 아침 출하를 끝내놓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시던 그분들께 다음에 꼭 뵙자는 기약을 남기고 돌아섰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했거늘, 아니 무한경쟁시대에 식량자급만이 국가 경쟁력의 기본이거늘 어디서부터 농촌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마음이 아팠다.
전통과 저력을 가진 탄탄한 조직 농협과 새로운 정부의 긴밀하고 진지한 협업이 절실히 요구되는 2017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하모니가 곳곳에 울려 퍼질 때 250만 농축산인과 나아가 전체 가계경제의 주름이 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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