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내 주차된 차량 내려앉아 얼룩 피해
주장 피해 개연성 인정, 총860여만원 배상
피해보상 법제화되면 더 많은 피해 많아져
플레어스택 같은 시설물서 해당 물질 배출
분쟁위 "플레어스택서 불완전연소로 원인"
[환경데일리 추진호 탐사보도 기자]석유화학단지 굴뚝에서 내뿜는 물질을 놓고 피해보상에 대해 공방 결과, 피해주민들로부터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악취나 분진 분쟁사례는 있었으나 굴뚝과 관련은 이례적이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석유화학산업단지 인근의 주민들이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차량 오염피해 배상을 요구한 분쟁사건에 대해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 개연성을 인정했다. 사업체측은 이들 주민들에게 860여만 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 사건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사는 주민 등 76명이 산업단지 내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차량이 오염됐다며 사업장(피신청인)을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한 건이다.
신청인들은 2019년 6월 인근 사업장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산업단지 내 주차된 차량에 내려앉아 얼룩을 남겼다며 피해 차량 총 88대의 도색 등 수리 비용의 배상을 주장했다.
▲오염물질이 산업단지 내 주차된 차량에 내려앉아 얼룩 |
피신청인들은 대산석유화학단지의 석유화학제품제조업체 3개사로 이들 사업장(대기 1종)의 플레어스택은 차량 피해지점으로부터 약 1~2km 이상 떨어져 있다. 정유나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가스를 안전상의 이유로 연소시키는 굴뚝이 문제가 됐다.
굴뚝 상부의 화염과 매우 뜨거워 자동측정기기(TMS)의 설치가 어렵다. 한국환경공단은 굴뚝에서 나오는 유해성 등 가스 등을 폐쇄회로텔레비전이나 광학가스탐지카메라 등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관리 중이다.
2019년 6월 13일 서산시에 최초 피해가 접수된 이후 서산시가 공단협의회와 함께 피해보상에 대해 논의했다. 보상문제가 난항이 있었다. 가해측과 피해측 입장이 달랐다. 이유는 단 하나, 한번 피해보상이 법제화되면 앞으로 더 많은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정확한 피해에 대한 원인 물질 및 어느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발생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미흡했다. 수개월이 지난 2020년 3월 위원회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서산시에서 2019년 7월에 전문기관에 의뢰, 차량 표면에서 채취한 이물질의 성분을 분석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해당 물질과 피신청인들 사업장 간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어 원인사업장을 특정하지 못했다. 분쟁위는 해당 지자체인 충남 서산시 측이 피해 발생 후 성분 감정을 의뢰했다.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됐다. 그동안 신청인(피해측)들이 피해 차량을 지속해서 운행한 사실을 고려할 때, 흙먼지 등에 의해 차량이 오염되는 등 감정물의 객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서산시 측의 감정 결과가 피해와 피신청인들 간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거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분쟁위원회는 피해보상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은 석유화학단지내 사업장 굴뚝으로부터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가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생한 것으로 보았다. 즉 플레어스택과 같은 시설물에서 해당 물질이 배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피해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피신청인들의 플레어스택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됐는지 등 피해 사실 관계 여부를 검토했다.
예상외로 기술적인 문제점도 드러났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 폐가스 등이 플레어스택에 다량으로 유입되면 불완전연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했다. 이에 플레어스택에서 고분자탄화수소 등의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의 의견도 나왔다.
분쟁위원회는 공정성을 위해 피신청인들 공장 가동실적, 폐가스 유입에 따른 플레어스택의 압력변화, 지도점검 내역, 신청인들이 촬영한 사진 등을 토대로 3개 사업장 중 1개 사업장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일부 공정의 가동 중지에 따른 플레어스택의 불완전연소 정황을 확인했다.
또한, 피해측의 주장처럼 인근 기상대의 풍향 관측자료를 고려할 때, 플레어스택의 불완전연소로 발생한 오염물질 중 일부가 바람을 타고 이 사건 신청인들 차량에 묻어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실을 찾았다. 그 외 해당 플레어스택을 제외하고는 피해 발생 원인으로 추정할 만한 다른 오염원이 없는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분쟁위는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해 피신청인 '모주식회사'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로 인한 신청인들의 차량 피해의 개연성을 인정했다. 분쟁위는 신청인 14명에 대한 차량 피해를 인정하고 피신청인 회사가 총 860여만 원을 배상토록 결정하고, 4월 6일 결과를 송달했다. 다만 피해가 확인되지 않거나, 피해 당시 차량 주차 위치가 불분명한 경우, 피해 발생 후 상당 기간이 지난 뒤 사진을 촬영해 피신청인으로 인한 피해임을 확인할 수 없는 신청인 62명은 배상대상에서 제외했다.
나정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환경피해의 경우 피해 당시 오염물질에 대한 측정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피해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100% 입증하기 곤란해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의 경우 해당 사업장의 플레어스택에서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오염물질 등이 발생한 정황이 있고, 이 오염물질이 신청인들의 차량에 도달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인과관계를 추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분쟁위원회 심리에서 드러난 여러 정황을 통해 피해 인과관계에 대한 상당한 개연성이 확인되는 경우에 피해를 인정하고 국민의 건강과 재산상 피해가 보다 공정히 구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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