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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대표적 휴양지인 발레아레스 제도의 해안가가 몰려드는 선박과 관광객들이 배출한 쓰레기로 인해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이 지역은 스페인 내에서도 가장 선진적인 폐기물 관리법을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의 법 집행과 감시는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수중 1만 6천㎡ 정밀 조사… "플라스틱이 바닥 뒤덮어"
이비자프리저베이션(IbizaPreservation)을 비롯한 마요르카, 메노르카 환경 재단이 공동 주도한 '발레아레스 해안 폐기물 실태 조사' 결과가 지난 12일 발표되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5년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시범 사업으로, 발레아레스 제도 내 21개 주요 지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조사 과정에는 총 70여 명의 자원봉사 잠수부가 투입되었으며, 이들은 136개의 수중 횡단 구간(가로 25m, 세로 4m)을 면밀히 조사했다. 총 16,120㎡에 달하는 광범위한 해저 면적을 탐색한 결과, 수거된 폐기물은 과학적 분석을 위해 정밀 분류되었다.
이비자프리저베이션의 엘리자 랭글리(Elisa Langley) 연구원은 "해저 전반에서 폐기물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발견되었으며,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 결과를 밝혔다.
쓰레기 배출 주범은 '항해'와 '관광업'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 발생의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압축된다.
해상 항해 및 선박 운영: 전체 쓰레기의 33.5%를 차지하며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관광·상업·요식업: 전체의 32.2%를 차지해 육상 경제 활동 역시 해양 오염의 핵심 축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발레아레스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인 관광과 해양 레저가 역설적으로 지역의 천연자원을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유명무실'해진 선진 환경법… 기업 이행률 3% 불과
이번 조사 결과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발레아레스 제도가 스페인 및 유럽 내에서도 매우 강력하고 야심 찬 폐기물 관리법을 이미 시행 중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프리 메노르카(Plastic Free Menorca)' 캠페인을 5년째 이끌고 있는 레베카 모리스(Rebecca Morris) 메노르카프리저베이션 이사는 "현행법은 선구적이지만 현장 상황은 처참하다"며 "협력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는 기업은 단 **3%**에 불과했다"고 성토했다.
이비자프리저베이션의 인마 사라노바(Inma Saranova) 이사 역시 행정 당국의 직무유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스페인과 유럽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법적 체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 모니터링이나 단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이비자와 포르멘테라를 포함한 피티우사스(Pitiusas) 지역에서는 환경 검사 자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폭로했다.
"생산자 책임 강화와 강력한 행정 집행 시급"
환경 단체들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라노바 이사는 "무엇보다 플라스틱 생산량 자체를 줄이도록 기업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며 "두 번의 잠수 조사만으로도 확인될 만큼 심각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왜 행정 당국이 기존 법규조차 집행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발레아레스 제도의 환경론자들은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현행 폐기물 관리법의 엄격한 적용 및 정기적인 환경 점검 실시
피티우사스 등 사각지대에 대한 감시 인력 충원
플라스틱 대량 배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 및 생산 제한
이번 조사는 단순한 환경 오염 보고를 넘어, '법률 제정'보다 '집행과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고 있다. 지중해의 보석이라 불리는 발레아레스 해안이 플라스틱 무덤으로 변하기 전에, 당국의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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