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용혜인 의원, 동물을 돌보는 마음 개최
'동물 돌보는 마음,국내 생추어리 현황 과제
"학대받은 동물 여생을 동물답게 살아가야"
'생추어리', 국내에서도 건립 시도 이어져
동물해방물결 달뜨는보금자리 활동가 참석
"기후위기·생태위기 시대,돌봄 정책 모색"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올 여름도 예측할 수 없는 극한 집중 폭우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농촌에서는 수십만 여 마리 소 돼지 등이 물에 잠겼다.
인간관계가 물질로 이어지거나 끊어지면서 대리만족으로 반려동물이 큰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덩달아 파생되는 번식업과 펫샵, 동물원, 공장식 축산 농장 등은 각기 다른 많은 동물들이 고유의 특성을 박탈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지금 인간이 동물과 맺고 있는 대다수의 관계는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
2008년 15만명으로 추산된 채식인구는 13년 새 16배 이상 증가한 250만명에 이르고 있고, 비건페스타 참여기업·인원 수도 매년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비주류 문화로 취급되던 비거니즘이 한국에도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같은 변화는 동물의 법적 권리 진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간 국회는 동물 주제 토론회를 수차례 열렸고 국민의 94.3%가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에 동의를 표하는 등 '인간 동물 정치에는 무관심해도, 비인간 동물 정치에는 관심을 표하는 세대'가 빠르게 확산됐다. 소위 향후에 동물정치가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은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이 주최하고, 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리서치랩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라운드테이블에는 국내에서 '생추어리(동물안식처)'를 직접 조성해 동물을 구조하고 돌보고 있는 활동가들이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했다.
'생추어리'는 '피난처', '안식처'라는 의미로 공장식 축산 혹은 동물 학대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나이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보금자리를 뜻한다. 이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생추어리 조성 운동이 시작됐다. 이후 전 세계로 확산돼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생추어리가 조성되고 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새벽이 생추어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동물해방물결 달뜨는보금자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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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의원 |
용혜인 의원은 "동물 착취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고, 기후위기·생태위기를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동물을 돌보는 이들의 경험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준다."며 "착취하고 죽이는 삶이 아닌, 더 많이 돌보고 살리는 삶을 고민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의 발표는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리서치랩 한인정 연구자가 맡았다. 동물 돌봄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아지고, 동물을 대상으로 한 컨텐츠가 확대되면서 동물이 인간의 삶에서 친숙해졌지만, 지구의 동반 생활자로서 동물이라는 '타자'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또 "생추어리는 동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기에 타자인 동물을 바라볼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가 동물과 맺어온 관계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다. '죽이면 안된다', '유기하면 안된다'고 외치는 일각에서, 일부 반려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모형의 동물을 만들기 위해 귀자르기, 꼬리자르기를 시행한다. 강아지의 '귀여움'이 탈각되면, 그를 유기하기도 한다.
보호해야 할 동물(멸종위기종)을 납치(감금)하기도 하며,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어떤 종을 잔인한 형태로 대량학살 하는 영상이 수백만 뷰를 달성한다.
정부 역시 '반려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을 나눠 구분하고, 감금, 강간, 학살을 방치-조장하기도 한다. 소위 '동물복지'라는 미명하에 인간이 원하는 혹은 인간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동물의 얼굴'을 세워두고, 그곳에 자신의 열정을 투사하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동물에는 어떤 '자아/얼굴'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볼 때라고 연구한 내용을 짧게 소개했다.
이야기 손님으로 함께 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는 농가의사육곰 15마리를 구조해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준비한 단체다.
화천에서 직접 곰들을 돌보고 있는 김민재 활동가는 "화천의 곰들을 돌보며 내가 돌보는 곰들을 향한 마음이 전국의 모든 사육곰들을 향해 확장된다."며 "사육곰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사육곰들에게 마땅한 존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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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어느 보신탕집 임대를 내놓을 만큼 과거와 달리 개식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와 달리 반려동물과 사람과의 공존하는 인식은 여러가지 형태가 변질되고 상품화돼 생명존중이 무너지고 있다. |
또한, 종돈장에서 살아남은 돼지 '새벽이'와 실험동물로 태어나 죽임당할 위기에서 구조된 돼지 '잔디'가 살고 있는 '새벽이생추어리'의 보리 활동가는 "새벽이생추어리는 학대의 흔적을 지닌 채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의 삶을 사회에 드러내고,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고 인간과 비인간이 맺어 나가야 할 올바른 관계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의 달뜨는보금자리는 도살 직전의 소들을 구조해 조성한 소 생추어리이다.
달뜨는보금자리에서 5마리의 소를 돌보고 있는 추현욱 돌보미는 "생추어리를 보여주면, 우리가 먹는 상품이 그냥 제품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명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며 "동물을 살리는 일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동물이 공존하며 사는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추어리 활동가들은 생추어리의 의미와 더불어 생추어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이들은 재정적인 문제, 육체적·정신적 힘겨움, 그리고 소와 돼지, 반달곰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부재 등을 생추어리의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아울러, 동물을 돌보는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회적 인정이 부족한 점도 동물을 돌보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동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이 시작되기 전에 참석자들은 지난 수해로 인해 생을 마감한 이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흘간의 폭우로 사망한 46명의 시민들과 침수로 인해 폐사한 수십만의 농장 동물 역시 함께 기억하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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