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용 미끼나 재배용 수입 흙 통해 유입
기온 점차 따뜻해져 지렁이들 더 많은 번식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지렁이가 북극권 얼음을 녹인다!
흔히 지렁이는 추운 극지방에서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렁이가 최근 추운 북극권에서 발견됐다. 심지어 북극권의 지렁이가 지구온난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 있다. 북극권에 진출한 지렁이와 지렁이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지렁이는 흔히 외래유입종으로 여겨지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북극권에서 이야기가 다른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대학교 게스처 블룸베리 박사는 "인간 때문에 북극권에서 지렁이가 점점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권에서 지렁이는 연간 약 5~10m 정도만 이동할 수 있지만, 인간을 통해서 국경을 넘어서까지 쉽게 이동한다.지렁이는 북극권의 북방림을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신발을 통해 먼 지역까지 이동하고 낚시용 미끼나 재배용으로 수입된 흙을 통해 유입된다. 북극권의 기온이 점차 따뜻해지면서, 이렇게 유입된 지렁이들은 북극권의 더 많은 지역에서 번식하게 된다.
유경수 미네소타대 교수에 따르면 최근 영구동토층의 경계에서도 지렁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미국에 위치한 북방림에는 지난 빙하기인 약 1만2000년 전부터 지렁이가 서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유럽인들이 해당 지역을 식민화하면서 선박의 균형을 맞추는 중량물과 식물을 가져오면서 지렁이가 유입됐다. 유입된 지렁이들은 곰팡이와 식물 사이의 섬세한 관계를 바꾸기 시작했고, 이는 토양 상층부의 pH농도에 변화를 가져와 북방림의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 미네소타주의 북방림에서 지렁이들이 북방림의 숲 바닥의 본래 분해되지 않던 유기물층을 분해했다. 그 결과, 이를 주요 서식 환경으로 필요로 하는 토착종의 서식이 어려워지고 외래유입종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북아메리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페노스칸디아, 러시아 등 북극권 곳곳에 유입된 지렁이들은 지구온난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북극권의 지렁이들은 토양을 지나치게 영양화해 온난화를 촉진시킨 꼴이다. 일반적인 북극권의 기온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활동하기 너무 추워, 토양에 영양분이 부족해 식물이 잘 자라지 않다.
그러나 지렁이들은 식물 성장에 중요한 질소를 증가시키고 지층 내에서 이동하며 영양분을 깊은 곳과 먼 곳으로 이동시킨다. 이러한 지렁이의 활동은 북극권의 식물에게 기온이 3°C 증가한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지렁이들의 활동으로 식물이 활발히 성장하면 키가 큰 식물들은 눈 위로 튀어나오게 된다. 이로 인해, 북극권의 표면은 눈으로 덮이지 않은 부분이 증가하며 눈이 덮였을 때보다 어두워져 태양광 반사량(albedo)이 줄어든다. 따라서, 더 많은 열이 흡수돼 눈을 녹게 하고 식물들은 더욱 잘 자라게 된다.
지렁이는 토양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는데 기여한다.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지에 2013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렁이가 있는 토양에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와 이산화질소가 발생해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연구보고됐다.
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렁이가 있는 곳에서 지렁이가 없는 곳에서보다 이산화탄소는 33%, 이산화질소는 42% 더 많이 방출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인그리드 루베르스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교수는 "지렁이가 땅속에 남기는 구멍은 토양에 함유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더 많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며 "또 지렁이 내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상당한 양의 이산화질소를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북방림에서 지렁이들이 숲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등으로 이뤄져 탄소가 풍부한 두꺼운 유기물층을 분해해 탄소 방출량에 기여하기도 한다. 인간에 의해 북극권에 유입된 생물종은 지렁이뿐만이 아니다. 2011년 학술저널 '바이올로지컬 인베이젼스(Biological Invasions)'에 실린 한 연구가 북극권에 방문한 여행객들의 신발을 조사한 결과, 여행객 1명 당 3.9개의 씨앗을 옮겨왔다. 이는 연간 27만 개의 씨앗이 유입되는 것과 맞먹으며, 조사된 씨앗 중 25%는 북극권 현지 기후에서 발아했다.
노르웨이 자연연구소(NINA)의 생태학자 제사민 바틀렛은 북극권에 몇 년 전만 해도 별로 없던 민들레의 개체 수가 크게 늘어 약 8000포기 이상의 민들레가 거대한 밭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에 의해서도 생물들의 서식지가 변화하고 있다. 올 8월, 극지연구소는 태평양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 '유칼라누스 번지'가 북극해 인근에서 대량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플랑크톤은 알래스카와 러시아 배링해협 북쪽에 위치한 바다인 축치해에서 1㎥당 평균 843마리가 발견됐다. 이는 축치해에서 발견된 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극지연구소의 김지훈·양은진 박사는 "대량 발견된 태평양 요각류는 북극 해양생태계에 온난화가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척도"라고 미래의 생태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따라서, 온난화로 인해 서식지를 옮기는 생물이 많아짐에 따라 이러한 생물종의 분류와 온난화로 이주한 생물들을 관리할 방법에 대해 학계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생태계의 구조가 복잡한만큼 이처럼 인간과 온난화로 인해 생각치도 못한 생태계의 변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북극권 지렁이의 경우, 한 번 유입되면 이를 없애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지렁이가 미치는 영향은 영구적이라고 한다. 심각하게 살펴야 시점에 도달했다.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기에 이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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