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순응하는 삶 깨뜨려 갖가지 질병 시달려
[환경데일리 온라인팀]사실 마을에서 잘 살아가려면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공동체가 무너져 관계가 빈곤하 면 그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우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와 먹을거리만 봐도 그렇습 니다. 지금껏 무분별한 소비는 에너지와 먹을거리에 대한 생산구조와 그 기반을 파괴시켰습니다.
공기 와 물과 땅을 해치면서 필요한 것을 생산했고, 일상에서 누린 것들의 부산물이 다시 또 파괴하면서 수많은 생명과의 관계를 끊었습니다. 관계의 단절은 소비하는 에너지와 먹을거리, 물질의 순환을 가로막았습니다. 삭혀 땅에 뿌리면 먹을거리가 되어 돌아올 똥, 오줌이 오염물질로 바뀌었습니다. 물도 제대로 순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순환 구조 안에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끼어 들어 사람의 몸은 물론 수많은 생명이 병들게 되었습니다. 계절을 거스른 먹을거리는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깨뜨려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의 공동체성 회복', '마을 공동체의 복원'입니다. 그냥 '마을'이 아닌 '마을 공동체'의 복원, 생활에 필요한 물질만이 아닌, 마음을 기댈 수 있고 또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난제를 함께 풀 수 있은 관계망의 복원입니다.
마을의 자연 환경이 파괴되면 그것이 바로 사람들의 생명 파괴로 이어지니, 마을 내 사람들은 물론 온 생명들과 관계를 회복함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행히 현재 마을에는 아직 창조의 아름다움이 남아있습니다. 때때로 시간을 내어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을을 거닐 수 있다면 마을 주민들만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창조주의 숨결 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마을 공동체가 대안'이라며 마을에서 다양한 만남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마다 목적하는 바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공 동체의 복원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있는 마을들만 보더라도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 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래로 행정의 지원을 업고 다양한 사업들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을사업으로 3000여 개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그곳에 1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승범 작가 '바다풍경' |
■마을 공동체와 교회
마을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마을공동체를 세운다는 것은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도 어려운 일입니다.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어 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회가 있어 마을 공동체가 보지 못하는 문 제를 보거나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해결하는 데 이점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 안에 있다"(눅 17:20-21)는 말씀에 따라 마을 공동체 안에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는 것을 교회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교회가 마을 공동체 안에서 중심이고자 한다면 그 역할을 이루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역할을 잘 감당하기 원한다면 마을 주민들을 주체로 세워 의제를 찾게 하고 또 해결해 가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교회가 앞장서야 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마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 중에는 시간적 물적 여유가 없는 사회 생태적 약자가 배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교 회라면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본 의제를 찾아 해결해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25:40), "이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니라"(마25:45)고 하신 말씀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잃어버렸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마을 공동체 속 에서 교회가 작아지고 대신 주님이 커지게 하는 실천일 것입니다. 또 한가지 마을 공동체 활동들이 외부지원 사업으로 진행되다보니 사업 이행에 쫓기어 가치와 삶 (신앙과 삶)을 통합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교제와 만남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교회가 이 지점에서 역할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회가 '하나님의 집'이라는 본질을 실현하려면 하나님과 사람과 자연과 충분히 사귀며 나누는 만남의 장이 되 어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어쨌든 교회는 마을 공동체 안에서 교회의 역할이 요청되는 지점을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도 마을 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중에 적절히 자기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이미 농촌과 도시의 마을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좋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 마을에 있는 교회들도 공간을 마을 이웃들의 친교의 공간으로 오픈하고 서로 간에 관계를 돈독히 하는 카페, 도서관, 재활용가게,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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