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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르발 —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북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트바 호수(Lac Retba)’. 특유의 분홍빛 색감 덕분에 ‘핑크호수(Lac Rose)’라는 애칭으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천연 기념비적 장소가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힐 위기에 처했다. 세네갈 정부와 이집트 거대 자본이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 ‘빌 베르트(Ville Verte, 녹색 도시)’ 프로젝트가 호수의 생태적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현지 활동가와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18,000세대 규모의 ‘녹색 도시’, 실상은 생태계 파괴의 주범인가
지난 2025년 11월 공식 발표된 ‘빌 베르트’ 프로젝트는 이집트의 부동산 개발사인 ‘카사 오라스콤(Casa Orascom)’이 주도하는 대규모 주거 단지 조성 사업이다. 약 216헥타르(ha) 부지에 18,000세대의 주택을 건설하여 현대적이고 친환경적인 미래형 도시를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 측은 이 도시가 신재생 에너지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세네갈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며, 오는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 보호론자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들은 개발 예정 부지가 호수의 수원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폐’ 역할을 하는 사구(砂丘) 지대라는 점을 강조한다. 핑크호수의 독특한 색깔은 염도가 극도로 높은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세 조류 ‘두날리에라 살리나(Dunaliella salina)’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 염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닷물이 사구를 거쳐 지하로 유입되는 자연적인 여과 과정이 필수적이다.
현지 정당 ‘4Vs’의 당수이자 환경 활동가인 아마트 와드(Amath Wade)는 “정부는 녹색 도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모래 위에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구가 파괴되면 지하수 흐름이 차단되고 결국 호수는 마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000여 명의 생계가 달린 삶의 터전
핑크호수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지역 경제의 중추다. 약 3,000명 이상의 주민들이 이곳에서 소금을 채취하거나 관광 가이드, 수공예품 판매, 소규모 숙박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핑크호수 보호 협회(AAR Lac Rose)’의 이브라히마 음바예(Ibrahima Mbaye) 회장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건물 숲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홍빛 물결과 광활한 사구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 때문”이라며, “부동산 개발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는 지속 가능한 생태 관광이나 농업이 주는 혜택에 비하면 일시적이고 미미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실제로 이 지역 주민들은 해안 침식과 사막화를 막기 위해 수년간 ‘필라오(Filao)’ 나무를 심으며 생태계를 보존해왔다. 하지만 도시 개발이 시작되면 이 나무들을 모두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하얀 코끼리’의 공포와 공권력의 압박
세네갈 내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과거의 실패한 대형 사업들처럼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고 지역 사회에는 흉물만 남기는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유명 가수 에이콘(Akon)이 추진했던 ‘에이콘 시티’다. 화려한 청사진과 달리 수년째 방치된 해당 프로젝트는 현지인들에게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주었다.
반면, 개발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강경하다. 시위에 참여했던 음바예 회장이 열흘간 구금되는 등 활동가들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역 자치단체 역시 토지 분양 이익을 기대하며 정부의 편에 서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론: 보존인가, 개발인가
핑크호수는 한때 ‘파리-다카르 랠리’의 종착점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사해와 맞먹는 염도로 사람이 물에 둥둥 뜨는 신비로운 체험을 제공하는 세네갈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개발이 강행된다면, 2028년 완공될 ‘녹색 도시’ 옆에는 분홍빛을 잃고 메마른 거대한 웅덩이만이 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네갈 환경부는 현재 활동가들의 공식적인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공사는 수주 내 착공될 예정이다. 아마트 와드는 마지막 호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멈추지 못한다면, 핑크호수는 오직 사진 속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것입니다.”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과 자연 유산의 보존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세네갈의 선택이 아프리카 생태 관광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환경데일리 = 고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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