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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만리화, 차분하게 하는 기운이 있다. 사진 왕오섶 작가 |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봄소식은 먼저 자연에서 잰걸음으로 찾아온다. 봄꽃들은 배꼽시계라, 겨울을 동구 밖으로 내몰고 생기의 온기를 심고 있다. 번잡한 도심지에서 꽃망울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만큼 곳곳에 미화사업 차원에서 봄꽃들을 심어뒀다.
봄 전령사의 최상급 벚꽃을 마중하기 전에 개나리, 홍매화, 만리화, 영춘화가 고개를 들었다. 마스크 벗을 날 손꼽아 기다리며 긴긴 시간에 닫혀 있던 시민들이 대문을 힘껏 열고 나들이를 반긴다.
서울시 용산역 건너편 LS그룹 건물안에 거대한 꽃씨를 뿌린 화폭이 눈길을 끈다.
직헌 허달재 화백의 작품에도 꽃향기는 짙게 풍긴다. 화백은 고택의 큰문에 흰색 붉은색의 목련, 모란, 해당화를 피우게 했다. 작품명을 보니 '부귀옥당 富貴玉堂', 온 집안에 부귀가 가득하라는 축복의 뜻. 대문에 휘어감은 붓끝으로 화훼도 기품은 무아지경이다. 보는 이들에게 휘둥그레할 정도로 부족함이 없다. 모란꽃 ,목련꽃 , 해당화를 사자성어로 '부귀옥당'이다. 사랑방 손님이 밀고 들어올 때마다 꽃잎에 휘날리고 꽃향기에 취하기 딱 좋겠다.
대형건물들마다 겨우내 묻은 때 벗기기 손길도 분주하다. 밧줄 외줄로 유리벽을 타는 모습이 마치 동춘 서커스 단원들 모습같다.
남대문 시장에서 만리재로 이어주는 공중 공원길 '서울로' 화단에 노란 향기, 분홍 향기들이 진동이다. 이제 기지개켠 벌들과 운 좋게 찾아올 나비들만 오면 봄꽃 축제는 하이라이트.
사람들 마음은 똑같나보다. 지천에 널린 개나리, 홍매화, 만리화, 영춘화 꽃망울이 무슨 보배라도 되는 냥, 셔터 소리가 요란하다.
매년 같은 꽃이지만, 꽃의 자태는 자연의 소중함, 결코 인간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피우고 있다. 뿌연 서울하늘을 다 담아버린 지지난 겨울철을 뒤로하고 각양각색으로 뽐을 내니 어찌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던가.
찍찍한 도시냄새를 잠시 잊게 할 봄봄봄, 이번 주말, 차를 놓고 가까운 강하천, 산길에, 집인근 공원에서 이런 봄손님을 버선발로 마중해보자. "킁킁킁,.." 아이들에게 고운 비단결 색깔과 향을 맡겨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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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중화 대가인 직헌 허달재 작품 '부귀옥당' 사진 김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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