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은 참 알 수 없다. 저를 비롯해 종로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까지 바꿔가면서 대한항공이 경복궁 앞에 호텔을 건립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는데, '땅콩리턴'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최고위원(서울 종로)이 트위터를 통해 "땅콩이 경복궁을 지켜냈으니 조현아 부사장에게 명예주민증"이라도 수여하라는 농담을 건냈다.
100대 1이라는 TV 퀴즈프로그램이 있다.
단 한명이 백명을 상대로, 퀴즈 한 문제 한 문제를 풀면서 떨어뜨리는 매우 긴장감이 있는 퀴즈다. 100대 1로 싸운다는 것은 현실속에서 쉽지 않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100명이 1명을 단 한번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최후의 1명은 어느 쪽에서 나올 지는 모른다. 실력이든 운이든 100명중에 1인, 혹은 1인이 모두를 떨어뜨리면 상금을 거머줠수가 있다.
세상은 이렇게 어떤 인위적인 작동에 의해, 떨어지거나 뒤집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 표현대로 이번 사건은 정말 웃어야 할지, 부끄러워 할지 표정관리가 잘 안된다.
세상의 모든 사이클은 가진 자들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틀림이 없다.
일개 오너의 딸이 승객이 앉길 꺼리는 자리에 조용히 앉아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한 기색은 없는지 확인해야 마땅하거만 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 싶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당사자에게는 재수없게 됐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나라의 불상사이자, 개탄스러운 우리 기업의 고질병 '갑질'을 잘 표출한 대목으로 보고 있다.
아마도, 승무원이 현장에서 잘못했다고 해도, 진정한 오너는 조용히 따로 불러 잘잘못을 고치도록 하고 오너의 의견을 전달했다면 오히려 그 승무원은 고맙고 오너로써 존경을 표했을지 모를 일이다.
아주 평범한(보통) 사람들의 생각처럼 조현아 부사장이 화를 내기 앞서 격려했더라면 망신 대신에 칭찬과 신망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그런 기대를 할 수 없는 세상이 너무나 가혹하다.
갑(甲)질은 사람 귀한 줄 모르기 때문이 생기는 일이다. 갑질을 없애려면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사회문화도 바꿔야 하는 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기본 양식이 곳곳에 붕괴돼왔다.
물론 아무리 물력이 쎄다고 해도 얻을 수 없는 것 하나가 있다. '진정한 신뢰와 존경심'이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비행기는 끝없이 추락을 자초했다.
지금 한진그룹 전체에 대한 이미지 쇄신은 하루 아침에 갑질의 돌연변이된 현실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다른 기업들은 부랴부랴 내부지침이 떨어진 모양이다. 오너일가는 물론 임원들의 행동에 세심한 주의의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다.
과거 가죽장갑을 끼고, 아들의 보복에 가담한 회장님이나, 시위한다고 회사 대표가 전 직원을 매질에 100만원씩 대신하는 우리 기업문화의 연속성. 한복을 입고 부페식당 출입을 막었던 여사장님까지, 어디서 잘못됐을까라는 질문에 어렵지 않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극히 평범한 답은 '정경유착, 관치금융의 세습으로부터 부를 쉽게 채워졌기 때문'에서 비롯됐다.
우리 기업들은 정치의 격동기에서 함께 성장해왔기 때문에, 공동분모의 자격으로 정치와 돈은 늘 함께 공생했다.
끊임없이 특혜와 특혜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공식이 대기업은 살을 찌웠고, 재벌 총수와 그의 일가들은 나날이 기세등등한 사람 위에 사람 없는 돈과 권력을 휘두르는 피고용주들은 파리목숨처럼 여겨왔다.
조현아 땅콩 사태에서 2014년 끝자락에서 우리에게 또 하나의 교훈을 던진다.
더 이상 몰상식한 갑질을 하면 이 사회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악습을 끊을 수 있는 새로운 자생의 길을 보여주길 바란다.
세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법도 있고 사람의 도(道)가 있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나 마흔이 넘도록 이런 것을 교육받지 못하고 성장했다면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기업들에게 깨닫게 해줘 좋은 본보기(?)로 새길 바란다.
그는 이미 100대 1 싸움에서 자사 기업도 지고 국민들을 한방에 녹다운(knockdown) 시킨 올해 10대 인물로 아픈 기억이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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