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장 크다는 대형할인마트를 들렀다. 우려할 만큼 긴 한파는 없었던 올 겨울이지만, 제법 수산물코너에는 쇼핑객들 발길이 꽤나 북적거렸다. 모두들 카트를 끌고 갈치코너, 고등어, 요즘 잘 팔린다는 킹크랩, 어패류 코너를 삼삼오오 진을 치고 있는 신중한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5일장이 열리는 재래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주변 환경만 다를 뿐 모두가 횟감이나 탕거리에는 원산지 표시에 대해 눈길이 한번 더 가는 습관이 있을 정도다. 우리가 삼시세끼를 먹을때마다, 몸속에서 몸쓸 독약이라고 들어갔을 지 모를 불안감이 생긴 지 불과 몇년 전이다.
아주 오래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폭발때와는 사뭇 다른 사회적 분위기는 아주 가까운 후쿠시마 원전의 파괴력이 예상 외로 크기 때문이다. 당시 사고 현장이 모든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타진했던 점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우리 수산업의 어획량 반은 동해를 건너 바로 태평양으로 연결된 지리적인 여건때문에 국내 반입되고 있어 더욱 먹거리에도 민감 할수 밖에 없다. 또 하나, 정부조차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진실된 X파일은 감추고 있는 듯 한 제스처가 더욱 불안감을 키우는 자업자득이 되고 있다.
수입산 특히 일본산에 손이 가지도 않는 상황에서, 얄미운 상인들은 원산지표시를 살짝 바꿔, 마치 제주도산, 원도산, 강원도 동해산 등으로 둔갑하는 장삿치의 상술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산이라고 해서 먹으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왜곡된 부분도 상당하다.
먹는 문제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경우, 국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될 수 밖에 없다.환경오염 물질에 대한 공포는 전광석화처럼 잊혀지지만, 유독 먹는 식품에 대해서는 부자나 서민이나 모두가 안전한 식품만 찾는 동물적 본능을 잠재울 수는 없나보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180종에 대한 식품을 일일이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을 했다고 밝혔다. 결과치를 예상대로, 전 제품이 모두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을 쓴 본인도 의구심이 드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인 2012년부터 국내 유통식품 12개 품목(천일염·차류·쌀·수산물가공품 등) 180종을 대상으로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을 실시를 해왔다.
그런데 왠일일까. 이 역시도 믿지를 않는 분위기다. 누구라도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이 기사와 관련된 보도에 너도나도 댓글 행렬이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터져 나온 방사능 오염물질은 국가를 마비시키고,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완전히 지구 밖으로 사라지기 까지 반감기는 수만년이 흘려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핵)다.
최근에 또 하나의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잘 사는 이들은 더욱 안전한 식품을 찾아 호랑이가 사냥을 하듯 헤메이듯 해외 웹사이트를 통해 직구 식품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지속가능형이다.
이같은 사회풍토의 싹은 정부가 뿌린 씨앗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그 동안 NGO단체에서 줄기차게 외쳐온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했지만, 근거도 없이 무조건 안심하다. 먹어도 좋다고만 홍보전만 펴왔다.
뜬금없이 덜컥 그물망에 들어온 중금속 오염도 아닌 가장 무서운 방사능 오염물질이 무슨 식품이 나왔더라는 헛소문 사이에 놀랄 수 밖에, 국민들은 더욱 불신이 증오로 바꿨다.
한국소비자원은 한발 나아가, 수도권 거주 성인 600명을 상대로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빗나가지 않았다. 소비자(92.6%)가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변했다. 물어 볼 것을 물어봤어야 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아주 가까운 나라다. 사실상 바닷길이 동해를 끼고 남해를 돌아, 서해까지 스며드는 해류를 한반도는 일본과 가장 밀접해 피할 방법이 없다.
이렇다보니, 방사능 오염을 여전히 높은 지수를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산 어패류는 물론 농축산물까지 방사능 오염을 가장 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산 식품(72.5%)보다 일본산 수입식품(93.0%)의 안전성에 더 높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들이 방사능 오염 심각성에 대해 애지중지하듯 물건을 하나 살때마다 사사건건 오염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매우 불안하는 쪽은 영유아를 키우는 에코맘들에게 최대 관심사다. 이들이 모두 방사능 오염물질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식견을 갖도록 만든 장본인 역시 언론과 NGO 단체의 덕(?)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눈엣 가시들이다.
그래서 주문하고 싶다. 정부와 언론, 환경시민 NGO단체에 대한 반감을 앞서, 신속하고 정확한 투명한 정보를 늘 오픈해야 한다.
이런 변화된 자세가 없이는 늘 불통만 쌓여갈 뿐이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상호 신뢰하지 않는데, 이를 두고 서로 탓으로 돌리는 것은 결코 개선이나 혁신은 물 건너간 구호뿐일 것이다.
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들을 가르치고 길들이기식의 과거 정부처럼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제발 재대로 제 자리로 돌아와 국민들에게 허심탄회한 채널을 활짝 열어, 왜곡없이 진심으로 다가가는데 목적을 둔 100% 풋풋한 정보제공만이 방사능 오염 물질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환경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