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늘었지만, 전체 37% 부처별 중복 지정
같은 공간 부처별 관리 달라, 사각지대늘어
IUCN 기준도 한 공간에 Ia~ IV까지 동시 적용
녹색연합, 국가 차원 보호지역 통합관리 필요
55년간 12.76% 지정 반면 5년 만 6.51% 확대
교황 "'공동의 집' 돌보기 커녕 자꾸 허물어"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생태적 전환이 시급한 가운데, 과연 기생충이 예뻐 보일 때가 올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무분별한 개발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갈수록 꿀벌이 줄어들고 때 아닌 긴 매마른 기온와 잦은 찬바람으로 생물들의 활동 범위가 좁혀지고 먹잇줄이 줄어 위기종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소리없는 아우성이 깊게 울려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쓰레기 배출로 처리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 최재천 교수의 말이다. 2013년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266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2019년 '하느님, 다른 사람들, 공동체, 그리고 환경에 반하는 행동 또는 태만'을 '생태적 죄'로 규정하고, 천주교 교리에 포함 선언했다.
201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을 엮어 발행한 '찬미받으소서' 책에는 시간과 공간도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자연계 자체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자연계와 사회 체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만 생태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이 생태적 죄를 규정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팬데믹으로 '자연 세계에 저지른 죄는 우리 자신과 하나님을 거슬러 저지른 죄'라는 관점에서 원죄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어 보인다. 교황은 환경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우리의 노력이 힘 있는 자들의 이익 추구 일변도와 사람들의 관심 부족으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유감스러워한다고 소개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끔찍한 재앙을 예견하고 통렬한 '생태 회개'를 주문했던 것. '공동의 집'을 함께 돌보기는커녕 자꾸 허물기만 하는 인간은 회개해야 한다. 지구가 걱정스럽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최 교수는 소개했다.
▲제주도 갯바위에서 톳을 10년만이 확 줄었다. 사진 왼쪽은 풍성한 반면 오른쪽 사진에서 톳 채취가 어려운 정도로 차이를 보 이고 있다. 그만큼 바다생태계가 큰 변화 원인이 있다는 증거다. |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Biodiversity)은 반복된 기념식만 할 뿐이다. 현실은 관리부재와 중복된 예산낭비의 비효율성까지 여러가지 문제로 부끄럽게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외치면서 공존을 말하는데 정작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어느 곳도 자유로울 수 없는 반공존으로 치닫고 있다.
녹색연합이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보호지역의 관리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정 취지에 맞게 관리되고 있는 곳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우리나라 보호지역1은 현재 5개부처 총 17개 법에 근거해 지정 및 관리되고 있고 육상보호구역은 2021년 12월 기준 국토면적 대비 육상보호지역이 27.63%, 해양보호지역은 3.32%다(KDPA, 2022).
2010년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시한 아이치 타켓11(2020년까지 육상 17%, 해상 10% 보호지역 지정)의 국제적 협약 이행을 위해 2010년과 20년 사이 보호지역 확대가 비약적으로 이뤄졌다. 이 중 중첩 지정된 보호지역의 면적을 제외하면 육상 17.15%, 해양 2.21%로 육상은 아이치 타켓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본다.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KDPA)에서 제공하는 보호지역의 최초 데이터인 1962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62년부터 2015년까지 약 55년 동안 12.76%의 보호지역이 지정된 반면 이후 단 5년 만에 6.51%가 확대에 그쳤다. 이는 보호지역이 추가로 지정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보호구역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수산자원보호구역, 수원함양보호구역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보호지역은 2022년 5월 기준 현재 5개 부처가 17개 법에 근거해 각각의 목적에 따라 보호지역을 지정 및 관리하고 있다.
보호지역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자연환경보전지역(24.4%)이다. 그러나 자연환경보전지역은 국토이용에관한 법률에 근거 국토관리 목적으로 전 국토를 용도 구분한 것으로 보호지역의 정의에 정합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수산자원보호구역(8%) 또한 관할은 해수부가, 국토관리 목적에 따라 국토부가 지정하며 환경부 관할의 특별대책지역, 상수원보호구역, 수변보호구역 등도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여타의 보호지역과 그 지정 목적이 상이하다.
환경부는 국립공원, 생태경관보전지역, 습지보호지역(육상), 야생동물보호구역 등 육상과 연안해양 보호구역 모두를 관할하고 있으며 관리 면적이 가장 넓다. 육상 국립공원 중 8개 국립공원이 백두대간보호지역에 포함된다.
환경부 관리 보호지역 중 두 번째로 넓은 보호지역(5%)인 특별대책지역은 환경오염이나 훼손, 또는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현저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지역, 환경기준을 자주 초과하는 경우 지정 고시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면적의 확대보다 중요한 건 지정목적에 맞게 보호지역이 관리되는 것. 실제 국제사회는 지정만 하고 관리는 되지 않는 일명 '페이퍼 파크(paper park)'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상황도 유사하다.
각 부처에서 개별법으로 보호지역을 지정하면서 중복 지정된 면적은 보호지역의 37%(육상 38%, 해양 36%)다. 총 6만4394개소의 보호지역은 각 개별법에 따라 관리목적과 방향, 행위제한 등이 적용된다. 중복 지정된 보호지역은 더 특별한 관리를 요함에도 불구하고 개별법의 상충으로 보호지역 지정의 목적한 바를 달성하기 어렵게 한다. 오히려 다른 곳보다 이용압력과 훼손에 더 많이 노출되기도 한다.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유형별 보호지역 대표적 관리 부실 사례를 더욱 처참하다고 밝혔다.
국가하천인 낙동강하구(연안해양)은 심각하다. 2022년 현재 전국에 135개소의 절대보전 무인도서가 있으며 부산시에 존재하는 절대보전 무인도서 8개소 중 6개소(도요등, 맹금머리등, 백합등, 신자도, 장자도, 진우도)가 낙동강하구에 위치한다.
해수부, 환경부, 문화재청, 국토부 등 4개 부처가 관리 책임이 있는 보호구역 중의 보호구역인 낙동강하구 섬들은 곳곳에 해양쓰레기가 방치돼 몸살을 앓고 있다.
해수부가 2019년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입간판을 세운 진우도는 해수부, 환경부, 국토부, 문화재청 등 어느 기관도 관리하지 않는 거대한 쓰레기섬에 가깝다.
▲기후변화에 따른 벼생산성 변화 |
문섬·범섬 보호구역(해상) 경우 수중에 환경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무척추동물 31종 중 산호충류 15종) 중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등 5종의 연산호의 서식이 확인됐다. 또한 문화재청이 별도로 지정한 천연기념물 제456호 해송과 제457호 긴사지해송이 서식하고 있다.
해수부 보호대상 해양생물 중 산호충류는 16종으로 15종이 환경부가 지정 종과 동일하다. 해수부 지정 무인도서 관리 유형에서 준보전지역에 속한다. 그러나 환경부, 해수부, 문화재청, 제주도의 관리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중은 멸종위기종의 훼손, 해양폐기물 등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관리감독하는 설악산국립공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립공원은 보호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설악산은 1965년 천연기념물 제171호(천연보호구역/문화재청), 1980년에 국립공원(환경부), 2003년 백두대간보호지역(산림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산림청) 등 5개의 보호지역으로 중첩지정된 상태다.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의 기술도 뒤따라야 하지만, 결국은 탄소를 줄일수 있어야 생명다양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탄소 증가는 모든 생물에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다. |
그러나 여러 보호구역이 중첩된 핵심보호지역에 시설이 집중돼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시설로 이용되며 지속적인 훼손 압력에 노출돼 있다.
결국 국가차원의 보호지역 통합관리는 실패된 상태로 말뿐인 '법따로' 라는 지적이다. 보호지역 관리를 위한 주요 수단 중의 하나가 행위 규제인데 각 법률에 따라 금지행위, 허가행위 내용 등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각 부처의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정책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며 관리 방안 또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이러한 통합성과 일관성의 결여는 보호지역을 중복 관리하는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각 부처별 업무 형태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형식적이다. 관련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보호지역 담당자의 실무회의가 존재하지만 연간 1~2회 정도 만나 형식적인 실무 회의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으로 이뤄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보호지역이 현 사회에서 인류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각 부처가 각자의 성과만을 주장하는 전시 행정에서 벗어나 생물다양성보호라는 공통된 철학, 분명한 관리목표와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보호받는 보호지역'이 될 수 있도록 통합관리 방안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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