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요즘 시도 때도 없이 깜짝 깜짝 놀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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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없어 스마트폰이 굉음과 함께 산사태 우려, 집중 폭우, 이어서 오존주의보, 폭염주의보 타령의 긴급재난문자가 날아온다.
도시는 낮밤으로 더 더워졌고, 갈증과 불쾌지수는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여름이 여름다워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는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폭염은 열대야로 이어져 선풍기로도 역부족해 에어컨을 끼고 살아야 할 판이다. 한전은 전력소비 최고치를 우려해, 정전대비 비상훈련을 했다.
21세기들어 덥고 춥고에서 더 더워지고 더 추워지는 이상고온 이상한파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존하는 과학기술로는 지표면 땅온도와 해수온도, 산의 온도를 낮출 수가 없다. 폭염이 이어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경제생산활동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무더위와 한파에는 취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 에너지복지 해택을 받지 못해 이중고를 겪는 이들이 전국적으로 수 백만명에 달한다. 이상기온으로 듣도보도 못한 다양한 해충들이 농작물을 갉아먹고 사람이나 동물을 공격한다. 이를 막기 위해 살충제는 더욱 강하게 살포해야 그나마 견딜 판이다. 이같은 반복적인 라이프사이클의 변화는 순간 순간 편할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자연의 순리에 계속해서 역행하는 꼴이다.
올해 여름 풍경이 변화되는 하나가 있다.
전통 부채를 든 시민들은 보기 참 힘들어졌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기충전식 소형 휴대선풍기가 부채를 대신하고 있다. 당장은 쓸모 있을지 모르지만, 이 물건조차 나중에는 쓰레기 취급받을 것이며 자원낭비에 지나지 않는 상술에 쉽게 현혹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팔을 흔들어 부채질을 하는 것 조차 귀찮아 하기 시작했고 좀더 편리한 스마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유행이 됐다.
역설적으로 보면 무더위를 이기는 지혜조차 가르치는 사회는 퇴보하고 있다. 집밖을 나서면 대형 커피숍에서 부터 백화점, 쇼핑가, 식당가 등은 피부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을 선호하고 있다.
그래서 호소하고 싶다. 학교 직장 군대에서 자연 피서법을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도시생활에서 피서법은 가급적 자연친화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에너지과소비의 주범이 산업계라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 국민들에게 전기를 아껴쓰는, 에너지의존도를 낮추는데 노력은 소홀한 축에 든다.
세상 돌아가는 꼴들이 무더위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도 많지만, 현명한 피서법은 스스로 온도를 올리는데 한 단계만 낮추는 노력을 하는 생활의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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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년 전 전직 대통령은 여름 피서지로 울산 대나무 숲을 간 적이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찌는 찜통 무더위에 태평성대를 위해서는 국가 지도자의 피서법에 귀를 기울렸다. 그러나 더 더웠다. 실물경제는 좀처럼 시원하게 살아나지 못했고 취업전선에 선선한 바람은 커녕 자영업자들까지 시원한 부채질 대신 후덥찌근한 더운바람도 떠넘겼다. 자신의 위치에 최선을 다하는 책무도 우리 국민들은 아름다운 리더십으로 끝없이 요구해왔다.
글 마무리에서 과거 명사들 피서법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간추려 소개해본다. DJ선생은 생전에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으로 땀을 식혔다. 전두환씨는 백담사를 잊지 못해 여름날에 그곳을 찾았다고 한다. 천혜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어 심산유곡(深山幽谷) 설악산 피서에 맛을 본 것이다.
최근 세상과 이별한 연극배우 윤소정 고인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행주산성 맛집을 찾아 스테미너 장어구이를 즐겨먹었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삼복더위에 아이들과 부녀자들은 수박 등 과일로 피서를, 어른들은 술과 음식을 가지고 계곡에서 탁족(濯足)을 하던 풍습이 있었다.
더위를 피하는 법은 탁히 정도가 없다. 포스코(POSCO) 강철을 다루는 철강인들은 얼음조끼를 입고 열과 이열치열로 싸우고, 한 여름날 얼음공장 종사자들은 에스키모 복장으로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여름을 이긴다. 메뚜기도 한철이다. 아무리 덥다고 해도 폭염도 잠시, 눈깜짝할 사이에 가을은 오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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