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서 타 부처로부터 원전 등 진통 예상
위장전입, 용산기지 등 시원한 답변 없어
의원들 "장관으로서 무리한 개방말라"주문도
후보자 "보 기능 부분만 집중 단기 평가 글쎄"
"2030년 30% 달성 목표 가능한가" 모호 발언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새정부 국무위원 자격을 검증할 환경부 첫 장관이 될 한화진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장은 후보자는 진땀, 질의하는 여야 의원들은 '여유와 봐주기식'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갈렸다.
2일 오전 국회 본관 622호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는 사실상, 통관의례의 분위기를 내품겼다.
국회 산자위 소속 의원이나 시민단체에서는 한화진 후보자는 과거 발언이나 소신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한 인사로, 향후 윤석열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의 위치가 다소 느슨하거나 타 부처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문회는 박대출 환노위원장 진행으로 첫 포문을 연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한화진 후보자를 향해 부실한 답변과 준비가 안된 점을 지적하면서 "공부를 안 하고 오신 거예요?"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명확한 소신발언을 하지 못해, 과연 환경 전문가로서 양심이 있는지 아니면 정권의 입맛에 따른 어용 지식인에 불과했는지 묻었다.
이미 한화진 후보자에게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해온 내용을 보면, 한 후보자는 모친의 집 전세계약 관련 증여세 회피, 삼성전자 사외이사 선임 관련 이해충돌, 자녀 취학을 앞두고 남편과 주소 분리 위장전입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모친에 대해서 독립생계를 이유로 재산 신고를 거부했다. 한 후보자는 실제 모친과 동거하면서 공과금 등 생활비도 함께 부담하는 관계와 전세계약도 모친에게 돈을 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환노위 회의에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끝난 하천시설 관리방안 연구용역보고서도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찬동한 발언도 청문회장에서 환경부 장관 자격론에 대한 검증이 드러난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한 후보자가 수자원확보, 수질개선, 생태계 복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게재한 것도 자질문제를 비판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환노위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한 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려졌다. |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36일간 일하고 1600만원을 받은 부분과 관련, "사외이사로 선임된 주총에 단 한 차례 참석한 것 외에 어떤 회의에도 참석한 적 없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하루 45만원을 받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사기업 중 탄소 배출량이 두 번째로 많은 곳인데 한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삼성전자와 관련해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쏟아부쳤다.
윤준병 의원은 한 후보자가 MB정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으로 일한 기억을 꺼내고 "그때 저탄소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온실가스가 2018년까지 늘어났다. 숙제를 안 하는 바람에 산업계, 노동계가 부담해야 할 게 훨씬 많아졌다."고 과오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후보자가 막연히 '미흡하다'고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두둔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한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로 삼성전자 사외이사가 됐고 삼성전자가 '악의 축'인 것처럼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일자리 창출과 세금도 많이 낸다. 한 후보자가 전문가여서 사외이사로 모셔갔을 것"이라고 보호하는 발언을 냈다.
같은 당 임웅 의원은 "한 후보자가 KEI 환경연구원에서 일 하면서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은 기간은 300개월이 넘는 만큼, 2개월 월급 준 삼성전자 보다 국민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박대출 환노위원장은 "후보자는 거대 규모의 기관을 관리해본 경험이 그리 많지 않지만 장관이 되면 조직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새정부에서 핫한 이슈가 될 오염된 용산 미군 기지 관련 여야 의원과의 의견도 갈렸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미8군 캠프에서 유해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10배 넘게 검출됐다."며 "환경부 장관으로서 무리하게 개방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 역시 "용산 미군 부지는 비소, 다이옥신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나오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된 소통 없이 발암물질 범벅인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몰아세웠다.
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용산 기지 임시 개방 정책을 이어받아 개방하기로 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용산기지 공원 조성 계획은 적법하고 윤석열 정부가 하면 잘못된 것이냐"고 반박했다.
4대강 관련해선 여야간 질문과 답변이 각각 달랐다. 한 후보자는 문 정부에서 추진된 금강·영산강 보 해체 등 4대강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이수나 치수 부분, 수질이나 수생태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없었다. 보의 기능 부분에만 집중해 단기적 평가를 내린 게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보 해체에 초점에 맞춰졌었는데 그 정책을 어떻게 되바꿀 복안을 가지고 있느냐"는 의 질의에 한 후보자는 "4대강 사업은 일단 일단락됐고 모니터링된 통계자료도 있고 전문가 자료도 축적이 많이 돼 있다."고 언론적인 발언을 던졌다.
그러면서 "보뿐만 아니라 준설이나 제방, 홍수 가뭄에 대한 대응, 보의 최적의 운영 방향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가장 민감한 원전관련 입장차이가 냉랭했다. 새정부의 정책에 손을 든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한 후보자는 "원전은 녹색에너지"라면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조화를 이뤄야한다.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전환)'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했다.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윤 정부의 환경 정책을 보면 원전 이야기만 잔뜩 늘어놨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없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중 어떤 것을 중심으로 에너지믹스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재생에너지는 추구해야 되는 목표가 맞고 과연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 목표로 봐야 한다. 지금 2030년 30% 달성 목표가 과연 우리가 가능한가, 우리의 여건에서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까"고 소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은 환경시민단체에 크게 반발을 예상되는 대목이다. 임 의원은 "지킬 지 못 지킬지 장관(후보자)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하나. 정확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어떻게 가져가야 한다고 보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임종성 의원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소장 재임한 이력을 염두해두고 여가부 폐지 입장을 물었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후보자는 "산업계와의 논의가 미흡했다."고 손질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도 냈다.
그는 "NDC 40%는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로 국제사회의 약속인 만큼 목표는 준수하되 실행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었다. 한 후보자는 그동안 환경정책과 함께 원안위와 총리실 녹색성장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지적받은 애매모호한 발언에 비판했다. 앞서 한화진 후보자는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정화기간이나 방식 등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고 환경전문가답지 못하게 두루뭉실하게 피했다.
현재 진행형인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살균제 문제도 흐지부지한 입장을 냈다. 사전 자료를 낼 것으로 언급한 가운데, 후보자는 애경과 옥시의 반대로 조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소신을 드러내지 못했다. 현재 애경과 옥시는 기업 간 분담금 조정비율과 종국성 담보를 빌미로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가해 기업인 분담금 관련해선 후보자는 "신분이라 여기서 말하기 어렵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장관에 취임하면 피해자와 기업 측 모두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송옥주 의원은 다시한번 가습기살균제 조정과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를 의견을 물었다. 이에 한화진 장관 후보자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만 답하자, 곧바로 송 의원은 "(환경부의 중요한 사안)인데 '잘 살펴보겠다'고 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되묻자 "제가 긴장했다. 잘 살펴보겠다."고 다시 답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장에는 증인으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참고인으로 신수연 녹색연합 팀장, 이승준 부경대 교수, 추준영 가습기살균제피해자 모친이 출석했다.
이번 한화진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향후 환경부 안팎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쓴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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