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 디스플레이 근로자 산재 신청 179명
국제암연구소(IARC) '직업성 암' 환자 비율 4%
우리나라 산재 인정 비율 0.1%에도 미달 수준
'산재신청 의료인 직권 보장' 등 4개항 요구
우원식 "역학조사 핑계 산재보상 성역 없어야"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유독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작업장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장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중 일부는 고칠수 없는 질병으로 죽거나 투병중이다. 설령 살았다고 해도 국가로부터 산재인정을 받기는 매우 드물다.
국회 환노위 소속 우원식 의원은 반도체 근로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와 함께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인권 및 건강권 회복을 보장 차원에서 산업재해 인정하는 '국가책임제' 실현을 호소했다.
'반올림'은 2007년부터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희귀병을 앓아 숨진 고 황유미 죽음의 진상규명 대책위로 출발했다.
이듬해 2008년 첫 집단산재신청을 시작으로 2023년 7월15일까지 179명에 대해 산재를 대리하거나 지원했다.

근로복지공단 신청자수는 모두 179명, 이 가운데 산재 인정 98명, 공단에서 인정받은 수는 71명이다. 법원으로 산재 인정은 27명, 산재 불인정은 52명이다. 현재 산재 진행은 22명으로 9명은 소송 진행중이다. 산재 취하 및 각하는 7명이다.
최첨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산업군에서 근로자로 일하다 얻은 질병을 보면 다양하다. 이 중 대표적으로 백혈병은 35명, 재생불량성빈혈 등 림프조혈계암 전암성 질환은 60명이다.
유방암 질환 판정은 받은 근로자는 29명, 뇌종양 19명, 폐암 10명, 갑상선암 5명, 난소암, 흑색종, 췌장암, 대장암, 골육종, 신장암 등 암질환 판정자는 139명에 달한다. 그외 섬유근육통, 다발성근염, 파킨스병, 신부전증, 루게릭병, 방사선노출, 불임 등 포함 희귀질환자만 32명이다.
기업별로 보면 사내하청 원청에 포함 40여 개사에 달한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124명 중 반도체 사업부 83명, 디스플레이 사업부 35명, DS부분 소계(반도체+디스플레이)118명, 무선 사업부 등 4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삼성전기 5명, 삼성SDI 5명, SK하이닉스(매그나칩 반도체, LG반도체, 키파운드리 포함) 13명, LG디스플레이, LG전자 5명이다.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5명, QTS 2명, 서울반도체 4명, ASE코리아 2명으로 집계돼 있다. 삼성테크윈, 니콘, 화성, QSI, ELK, SK실트론, TSST, SKC, 아이엠텍, 캐논, IMS, 동우화인캠, 창원기전, 세메스, 유니셈, 삼우전자정밀에서 질병을 얻은 근로자는 16명으로 집계돼있다.

기자회견에는 우원식 의원과 반올림 회원, 고인이 된 황유미 아버지와 또 다른 피해 가족 최진경씨, 한혜경 모친 김시녀씨 등 회견장에 섰다.
이들은 "더 이상 기다리다 죽을 수 없습니다!"며 정부는 산업재해 선보장을 도입해 산재인정에 대한 국가책임제 실현을 촉구했다.
이자리에서 '111명의 억울한 죽음', 최근 5년동안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하고 역학조사를 기다리다 사망 숫자를 언급했다. 산업재해 피해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역학조사 장기화와 산재승인의 어려움은 노동자들만이 감내해야만 하는 절대적 영역으로 남겨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특히 산업재해의 신속한 보상이 법률의 목적이지만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대법원 판례도 무시한 채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경우 첨단산업 분야에서 직업병 연구가 없거나 부족하고 그 발전 속도가 빨라 취급물질이 빈번하게 변경돼왔다.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취급물질이나 작업방식을 영업상 비밀로 취급해 직간접적인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 규명은 어려운 상황이다. 즉, 정부부처는 기업의 입장에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법원의 판례는 달랐다. 2017년 반도체 근로자 사망이 세상에서 노출되면서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학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반 사정을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노동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증명이 어려운 경우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일터에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게 대법원 판단의 원칙은 사실상 적용되지 않는 점을 분개했다. 노동자들은 매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산재 승인 절차의 장기화 속에서 절망에 빠져 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우원식 의원은 "우리는 국가에 묻는다."며 "산업재해가 과연 국가의 책임하에 관리되고 있는지 왜 일을 하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면 아픈 이유를 노동자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지"를 물고 "산재시스템을 되돌려야 하고 역학조사를 핑계로 산재보상제도는 성역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안전보건공단 등 관련 기관은 법제도의 미비를 핑계 삼고 복지부동의 성벽이 돼 아픈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라며 "피해자 단체와 국회가 나서 직무유기의 카르텔을 혁파할 때"라고 읍소했다.

국가 정부를 상대로 ▲산재신청 단계부터 의료인 산재신고 직권 보장 ▲대법원 산재 판단 기준 명문화 ▲역학조사 종류, 방법, 기한, 절차 법률 명시 국가 관리 ▲역학조사 법정화 법률 기간 초과시 산재선보상 4개항을 요구했다.
앞서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 14명의 의원들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매년 발생하는 신규 암환자 수 중 '직업성 암' 환자로 추정하는 비율이 4%로 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산재 인정 비율이 0.1% 미달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산재 신청 절차로 인해 근로자들이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부터 사실상 배제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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