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 사진 박노석, 이수진 기자, 왕보현 작가]월동 준비(Winterization, 越冬準備)는 엄동설한을 대비하는 시즌이다.
"차가워질 나의/ 마음을 위해/ 따스한 햇살을 가득/ 머금어 두려 해/ 오늘이 지나고 나면/ 너 떠난 문틈 사이로/시린 겨울이.,... " 월동준비의 노랫말처럼 매서운 칼바람이 닥쳐오고 있다. 유난히 괴롭혔던 폭염은 약과다. 무더위에 적응되는가 싶더니 불쑥 한파, 폭설은 변화무쌍하고 사납게 불어닥칠 것이라는 예보다.
월동준비는 24절기상 10월 상강(霜降)을 시작으로, 입동(立冬), 11월 소설(小雪), 대설(大雪) 전까지 마쳐야 한다. 긴 겨울로 들어서는 동지(冬至), 12월에 소한(小寒), 이듬해 대한(大寒), 1월에 동지, 우수까지 내내 춥다.
사실상 월동준비는 10월부터 들어간다. 움직이는 생명이나, 제자리에 서 있는 식물, 온기가 없는 생명체까지 자정적인 생존시계는 작동된다. 그래야 이듬해 봄햇살을 기약할 수 있다.
요즘 IT기술이 발달되면서 월동준비의 트렌드도 GOP최전방 군부대는 물론 도시에서 섬지방까지 동식물원과 자동차에 있어서의 사물에 맞게 중요한 것이 달라지고 있다.
틈이 막고 붙이고 단단하게 동여매야 한다. 값을 지불하면 할수록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에게 폭염 이상으로 가혹한 시련의 계절이다. 최근들어 광품처럼 아파트 베란다에서 농촌 임야 등지에 나무 대신 태양광 패널들이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국가 답게 연간 200조 원을 넘게 쓰지만 월동용품 중에 친환경적인 제품들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겨울풍경의 회노애락도 바뀌고 있다. 에너지를 쓰는 만큼 초미세먼지는 더 기승을 부린다. 점점 덥고 점점 추워지는 체감지수가 갈수록 나약한 체질로 진화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익숙하기보다는 참지를 못하는 생리적인 현상까지도 변하고 있다. 가로수 월동준비는 볏짚을 감싸주면 되지만 사람은 그 이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
월동준비의 풍경도 바뀌고 있다. 김장철에 온 식구가, 동네 아낙네들의 품앇이와 남정네들은 김칫독을 땅이 묻는 그림이 사라지고 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온라인을 통해 소포장된 김장김치를 배달해서 먹는 가정이 더 많아졌다. 이를 배달하는 물류차량은 모두가 디젤차량이니 미세먼지는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지자체는 떨어진 낙엽이 도로변 오수관로 쌓인 곳까지 퇴비용 목적의 수거가 한참이다. 나무는 스스로 월동준비를 한다.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생명을 유지해온 잎사귀가 떨궈질 이때쯤 뿌리 아래로 떨어뜨려 한겨울을 보온하고 동면한다. 자연섭리대로라면 그대로 둬야 맞다. 하지만 사람들의 괜한 부지럼, 청결을 이유로 쌓이는 꼴을 용납하지 않고있다. 쓸어내야 직성이 풀리고 일 좀 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닐시설 하우스도 겹겹이 담요로 온기를 유지해줘야 겨울철 딸기도 맛 볼 수 있다. 외양간 암소 등에 담요조끼를 입혀주는 농부의 손길도 분주하다. 군불을 피우기 위한 땔감 확보는 곧 먹는 만큼 중요하다. 조선 말기에 이기원이 지은 가사집 농가월령에는 9월부터 월동준비, 김장준비, 더불어 추수의 기쁨, 보리갈이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최전방은 장병 생활관에 등짝이 따뜻한 난방연료와 겨울을 날 식량 비축도 '이상무'. 월동준비에 큰 비중은 뭐니뭐니 해도 기름 비중이다. 여전히 난방비가 식료품 구매비를 앞지르고 있다.
겨울철 도시 풍경은 겨울비나 눈이 와도 한방울을 어깨에 묻히지 않고 24시간 생활이 가능한 구조물에 갇혀 산다. 아파트 현관문에서 곧바로 승강기로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일터 지하로 이동해 일을 하다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때우고 다시 집으로 컴백, 그뿐인가.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이들에게 겨울나기 쯤은 스키, 온천여행, 따뜻한 지구 반대편으로 떠나기 딱 좋은 때다. 거실 창밖에는 매서운 영하의 동장군 칼바람을 날려도 실내에서 반바지에 지내는 이들도 상당하다.
겨울철 풍경도 이렇게 극과 극으로 치닫고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서민들에게 혹독한 겨울은 폭염 그 이상으로 살점을 도려내는 혹한의 시간이다. 바늘구멍으로 치닫는 황소바람을 막을 일명 뽁뽁이, 문풍지가 방안을 에워쌓아도 벽체에 물이 줄줄 흐르는 집들이 꽤많다. 엉터리 단열때문이다.
또 하나의 월동준비 풍경은 종교단체, 기업, 공공기관들은 사회공헌 기부 프로그램인 연탄배달 시즌, 이제는 연탄이 가난의 아이콘이 됐다. 동절기 내내 짙은 스모그, 초미세먼지와 함께 잿빛 하늘을 덮을 것이다. 연탄배달 봉사는 한편으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외쳐온 터라 상당한 이질감을 준다.
메뚜기도 한철처럼 너도나도 손선풍기에 광풍에 버금가는 겨울용품도 각양각색이다. 가정에서 노점에 이르기까지 전기방석에서부터 USB 무릎담요, 룸 슈즈, 봉제 슬리퍼, 보온보냉백, 휴대용 충전식 손난로. 온열 테이블, 히팅 패드 스마트한 제품들이 쇼핑몰을 달구고 있다.
농촌 풍경중 겨울이 되면 노지에서 자라야 하는 보리재배다. 우리나라 겨울보리는 추파성(秋播性)이다. 겨우내 땅 속에서 충분한 성숙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파릇파릇하고 된장을 풀어 넣은 보릿국이 일미다.
양력 11월 상순 무렵으로 이때부터 추위가 시작되기 때문에, 입동 후에 보리를 파종하면 발아와 생육이 부진해져 겨울 추위에 해를 입기가 쉽다.
대도시 건물들도 월동준비에 빠질 수 없다. 건축 시설물은 계절 온도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 급강하로 기온이 내려가면 수도계량기 동파, 보일러 터짐 균열 발생빈도도 여전하다.
월동준비는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통장잔고, 곳간(냉장고)에서 창문틈으로 밀고 들어오는 한기를 견뎌낼 수 있어야 비로소 안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어쩌거나, 겨울내기는 내복만으로 긴 추위를 이겨낼 순 없다.
그러나 따뜻한 이불 속 새벽잠을 박차고 시린 손은 호호 부는 생존의 터전에 뛰어든 이들을 넘쳐나기에 균형잡힌 겨울은 훈훈하다.
시베리아 고기압의 찬공기 세력이 작년처럼 비슷하지만, 사한삼온(四寒三溫)이 아닌 이틀 춥고 닷새는 춥지 않은 이한오온(二寒五溫) 가능성과 특히 이틀 맑고 오일 미세먼지로 괴롭힐 '이청이미(二淸二微)'도 공존하겠다. 다만 엘니뇨로 인해 기온 상승할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기온 변화가 심할 것으로 예측이 이래저래 힘들게 하는 것 마찬가지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들의 연말연시 따뜻한 손길의 봉사조차 제도권에 빗겨간 계층에게 환경 및 에너지 복지 바우처(voucher) 마저도 온기를 못느끼는 세태다. 겨울풍경 중 아이들이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팅을 탈 수 있을 날 며칠이나 될 지 유심히 살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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