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서 생존자로, 평화인권운동가로 뜻 이어가
문재인 대통령 오후 3시 조문, 애도의 뜻 유족 전해
[환경데일리 이수진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쯤 김복동 할머니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지하 2층 특1호실을 찾았다.
취재진들도 예상하지 못한 조문해 당혹한 분위기 속에 문재인 대통령은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헌화한 후 김 할머니 영정사진을 향해 재배한 후 반배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의 사진을 7~8초가량 길게 응시한 후 침통한 표정으로 상주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 등 상임장례위원장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장례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으로 치러져 윤 대표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한국염 정의기억연대 이사, 권미경 한국노총 연세의료원 노조위원장,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가 상임장례위원장으로 상주다.
문 대통령은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 문재인'이라는 내용의 조객록을 작성하고 30분 만에 빈소를 떠났다.
일본군 '위안부'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온몸으로 싸워 오신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할머님께서 1월 28일 소천했다. 향년 93세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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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부터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는 국내 취재진과 조문객들이 몰 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
앞서 소천하신 또 다른 피해 생존자 이 할머님의 명복을 빈다. 두 분의 별세로 이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스물 세분만이 우리 곁에 남아계시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낀다.
故 김복동 할머니는 수 많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이자, 전 세계의 전시성폭력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결을 위한 국제여론을 이끌어낸 평화활동가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소재 일본 대사관 정문 앞에서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에 대한 공개이후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1372회를 맞이한 수요시위에 지난 27년 동안 꾸준히 참석해 일본의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해왔다.
이후 암투병 중에도 '화해치유 재단 즉각 해산' 1인 시위에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분연히 싸웠다. '화해치유재단'은 해산절차에 들어갔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법적 배상 요구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하고 눈을 감으셔서 애통할 따름이다.
불과 얼마 전 제 손을 꼭 붙잡고 "이제 세상이 좀 달라지지 않겠느냐, 잘 해결해 달라"부탁하신 따스한 손의 온기와 단호한 말씀을 잊지 않겠다.
"전쟁 없는 나라가 돼서 여러분들의 후손들은 마음 놓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소원"이라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故 김복동 할머님의 유지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관련된 역사 왜곡에 대응하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이와 관련한 진상규명을 위해 자료발굴·조사·연구 등을 보다 지속적, 안정적으로 수행하도록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를 독립적으로 설립하는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을 지난해 대표발의 했으나, 여가위의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우리당 중점법안으로서 연구소의 설립을 반드시 추진하겠다.
참해방을 위한 할머님의 삶과 투쟁은 영원히 여성운동사와 인권운동사에 기록될 것이다. 부디 저 세상에서 편안히 잠드시길 바란다.
빈소에는 여야 의원들의 조기와 조화가 속속 도착했고, 학계, 시민단체, 학생들의 단체 조문도 이어졌다. 윤미향 이사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도 '끝까지 해달라', '재일 조선인학교를 도와달라'는 말을 했고 일본에 대한 분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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