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교란종 지정에도 별다른 조치 없어 거래
몰상식한 업자들 장삿속 퇴치사업 세금만 투입
외래종 유입 전 예방 조치 제도적 개선 필요
국립생태원 미국가재 생태계위해성 1등급 지정
환경부 뽀쪽한 대안 마련 없이 손 놓은 실정
▲미국가재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토종어종 등을 크게 위협받고 있지만 전혀 손을 못 쓰고 있다. |
[환경데일리 김영민 기자]생태계 교란종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채, 예산만 늘려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한정애 의원(서울 강서병, 환노위 간사)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생태계교란 생물 퇴치사업 투입 예산'자료에 의하면 매년 퇴치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증가추세이고 총 투입된 규모는 51억원으로 드러났다.
생태계교란생물은 생물다양성법 제23조에 따른 위해성평가 결과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 지정 ·고시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국내에 등록된 뉴트리아, 큰입배스 등 22종 1속이다. 뉴트리아는 2009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됐다. 특징은 잡식성으로 농작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먹어치우고 있다. 배스 역시 토종어류와 그 알, 치어까지 잡아먹어 1998년 생태교란어종으로 지정됐다.
'생태계교란생물 퇴치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7~18년 각 유역환경청에서 퇴치한 생태교란동물만 해도 150만 개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아있는 개체수가 얼마나 되고 어느 정도의 예산을 들여야 퇴치를 완료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립공원공단은 8년 전 국립공원내 외래어종 퇴치 목적으로 이벤트성 낚시대회를 열고 퇴치 목표를 잡았으니 이 역시 흐지부지 끌났다. |
전국 지자체에서도 생태계교란종 퇴치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인천, 광주, 대전, 세종, 제주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선 생태교란동물을 잡아오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수매제까지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지자체마다 수메가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뉴트리아는 1마리당 2만~3만원, 교란어종은 kg당 2000~1만 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생태계교란 생물 포획 수매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부터 현재까지 이 사업에 투자한 총예산 무려 86억원으로 쏟아부었다. 하지만 성과는 알수가 없다.
이유는 외래종을 유입할 때 충분한 분석을 거치지 않고 들여온 결과 때문이다. 결국 퇴치 비용으로 국민 세금만 줄줄 세고 있는 꼴이다.
또 하나 외래종이 토착화가 우려되고 있다. 뒤 늦게 미국가재를 생태계교란종에 목록을 올렸다. 미국가재는 지난해 외래생물 정밀조사 결과 전남 나주시 지석천에서 서식이 확인됐다. 하지만 관할구역인 영산강유역청외 타 지역에도 이미 분포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가재 특징은 굴을 파고 서식 습성으로 인해 농경지 파괴는 물론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다.
유럽에서도 미국가재를 세계 100대 악성외래종으로 구분했다. 엇박자도 드러났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말 미국가재를 생태계위해성 평가 1등급에 지정했으나 환경부는 뽀쪽한 대안 마련도 없이 손을 놓고 있던 실정이다.
무분별한 장삿속에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미국가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악의적으로 미국가재를 하천에 풀어놓으면 그 일대를 쏙댓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가재의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에 의하면 생태교란 생물을 수입, 반입, 사육, 양도, 운반, 유통 등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정애 의원은 "환경부의 안일한 대처가 낱낱이 드러난 상태에서 뒷북치는 환경정책이 민낯"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입이 불가능한 외래생물들만 규정하고 관리하는 블랙리스트 구조이다. 이 방식은 다른 종들의 유입이 자유로운 구조이기에 생태계교란생물 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유입 외래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18년 2160종으로 증가했다.
우리와 달리 호주, 룩셈부르크 등의 국가는 화이트리스트로 국외거래를 규제한다. 이 방식은 목록에 정해놓은 생물종 외에 수입, 반입 등을 금지하고, 새로운 종의 유입 시 면밀한 분석 후 추가 등록시키는 방식을 통해 생태계교란종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한정애 의원은 "과거 뉴트리아 87마리를 방생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라며 "처음 외래종을 유입할 때 상세히 따져보지 않은 결과 퇴치작업에 국가예산이 계속 투입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블랙리스트 방식으로 외래종을 관리해 대처가 늦고 이미 손 쓸 수 없게 돼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화이트리스트 방식을 도입해 외래종이 유입되기 전 예방 조치가 이뤄지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정애 의원은 해당 내용을 담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올 2월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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